국세청, 42명 임대소득 탈루 등 조사 착수
두 채 이상 사들인 다주택 외국인 1036명
소문으로 나돌던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사냥이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외국인은 뚜렷한 국내 소득도 없이 수도권 아파트를 전세를 낀 갭 투자 방식으로 다수 사들여 임대수입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주택 임대소득 등 탈루 혐의가 있는 외국인 다주택 보유자(다주택자) 42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40대 미국인 A씨의 경우 2018년부터 수도권과 충청권 소형 아파트 42채를 갭 투자 방식으로 사들였다. 매입한 주택가격은 총 67억원에 이른다.

A씨는 아파트 수십 채를 사들일 만큼 한국 내 소득이 많지 않고 보유 재산도 그에 미치지 못했다. 외환 국제송금으로 수령한 금액도 없어 갭 투자를 했다고 해도 상당한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했다.
A씨는 보유한 아파트를 임대해 수입을 올렸는데, 일부는 주택임대업 등록을 하지 않아 임대소득도 축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를 사들인 금액은 총 7조6726억원, 취득 물량은 2만3167채였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올 1~5월에도 1년 전보다 거래 건수와 금액 모두 늘었다.
실거주가 아닌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도 적지 않았다.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의 32.7%(7569건)에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았다. 두 채 이상 사들인 다주택 외국인도 1036명(2주택 866명, 3주택 이상 170명)이었다.
외국인의 아파트 매입 건수는 최근 몇 년 새 계속 증가했다. 2017년 5308건에서 2018년 6974건, 지난해에는 7371건으로 늘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에서도 올해 1~5월 3514건을 매입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다. 아파트 시장에 들어온 금액 또한 2017년 1조7899억원에서 2019년 2조3976억원으로 불어났다.
국내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의 국적은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 중국인은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만3573건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데 3조1691억원을 썼다. 다음은 미국인으로 4282건을 사는데 2조1906억원을 투입했다. 이밖에는 캐나다(1504건, 7987억원), 대만(756건, 3072억원), 호주(468건, 2338억원), 일본(271건, 931억원)의 순서로 나타났다. 한국 주민등록번호를 보유한 '검은 머리 외국인'은 985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4.2%를 차지했다.
외국인들의 매입 주택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이 거래금액(4473건, 3조2725억원) 기준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경기도(1만93건, 2조7483억원)와 인천(2674건, 6254억원)을 합친 수도권이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강남 3구(1152건, 1조3476억원에가 전체 거래금액의 17.6%가 유입됐다.
국세청은 외국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국내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한 것을 투기성 수요로 의심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를 취득·보유·양도하면 내국인과 동일하게 납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들은 임대소득을 숨기거나 증여세를 내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국세청은 "외국인이 투기 목적으로 국내 아파트를 보유하면 해당 국가 과세당국에 관련 정보를 통보할 것"이라며 "해외 부동산을 이용한 소득 은닉이나 신고의무 위반 등 국경을 넘나드는 탈세(역외탈세) 혐의에 대해선 거주지 과세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