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남매의 난'…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실사
난기류를 만나 휘청거리는 항공업계에 대규모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과 이르면 26일, 늦어도 27일에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양측은 매각 협상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우발채무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한도를 구주 가격의 9.9%(약 317억원)로 명시하는 데 합의하는 등 사실상 계약서 서명만 앞두고 있다. SPA 계약을 맺으면 아시아나항공의 주도권은 창립 31주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HDC그룹으로 넘어간다.
현대산업개발은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해 660%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300% 수준으로 낮추는 등 기업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항공업 경험이 없는 현대산업개발이 어떤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노선 경쟁력과 비용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항공이 26일부터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를 시작하며 LCC 업계 재편도 본격화됐다. 제주항공은 앞서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은 다음달 9일까지 열흘 간 실사를 통해 지난해 말 자본잠식률이 47.9%였던 이스타항공의 재무 상황을 들여다보고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을 업계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업계 '빅3' 자리 굳히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올해 3분기 기준 국제선 점유율(외항사 제외)은 대한항공 33.4%, 아시아나항공 23.0%, 제주항공 14.7%, 진에어 7.9%, 티웨이항공 7.8%, 에어부산 5.5%, 이스타항공 4.8%, 에어서울 2.8% 순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점유율을 합하면 19.5%로 아시아나항공의 뒤를 바짝 따라붙게 된다.
공급 과잉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도 신규 취항할 예정이어서 LCC 업계의 재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전반이 불황인 가운데 대한항공은 '오너 리스크'가 다시 불거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반기를 들었다.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향방이 달린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남매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도 그 충격파를 견뎌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