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채권 시장 이상 움직임 감소… 악용 가능성 방증
영국 정부가 공식 발표 이전의 주요 경제통계를 열람할 수 있는 공직자 수를 엄격히 제한한 이후 외환·채권 시장의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전 열람을 제한하기 이전에는 통계가 사전 유출돼 일부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악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미국 경제 전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웨스트버지니아대학 소속 재무학 전문가 알렉산더 쿠로프 교수 등이 2012년 이후 영국 외환·채권 시장의 움직임과 주요 경제지표 발표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로프 교수의 분석 결과 영국 통계당국이 공직자의 경제지표 사전 열람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시작한 2017년 6월 이전에는 산업생산이나 물가, 소매판매 등 주요 지표가 공식 발표되기 약 30분 전부터 미국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변동했다.
그러나 공직자의 사전 열람이 제한되자 이러한 '공식 발표 전 시장 변동' 현상이 92% 줄었다. 대신 공식 발표 이후 변동 폭은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공직자에 대한 경제통계 사전 열람 강화 이전에는 이들 통계를 미리 알게 된 공직자를 통해 미발표 통계가 시장에 유출됐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영국은 과거에는 공보담당관이나 정책 자문 등 수십, 수백명이 24시간 이전에 통계를 사전 열람할 수 있도록 관행적으로 허용했다. 그런데 현재는 정당성이 입증된 공무원만 사전 열람을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주요 통계의 사전 유출 문제로 고심하는 국가는 영국만이 아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013년에 주요 경제지표 등 민감한 경제 자료가 언론사 등을 통해 공표 이전에 투자자들에게 유출됐는지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통계 사전 유출 방지 시스템이 상당히 취약한 사실을 발견했다.
독일 정부도 유사한 문제로 언론인에 대한 '엠바고'(일시적 보도 제한) 방식의 경제통계 사전 제공을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