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수술 받았다는 소식에 자금줄 끊겨 … 일주일 안돼 퇴원, 은행장실 뛰어가 해결

최종건은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란 사람이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해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일했다. 접대로 새벽까지 술을 마신 날에도 예외가 없었다 따라서 항상 잠이 부족해 차로 이동할 때 잠깐씩 자투리 잠을 자기 일쑤였다.
걸을 때는 늘 뛰다시피 했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은 기다리지 않고 계단을 이용했다. 자동차의 다이아몬드 테두리 안에 'SK'를 넣어 만든 마크를 부착해, 상공부나 은행같이 넓은 주차장이 있는 장소에서도 아주 빨리 차를 찾아내었다.
인허가 문제로 관청에 출입할 때면 서류를 세 가지로 작성해 유리한 조건으로 만든 서류를 내놓았다. 모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묘책이었다. 그는 그만큼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바쁘게 살다가는 몸이 견디지 못한다는 지인의 충고에 그는 언제나 같은 대답을 했다.
"인생은 짧고 굵게!"

1970년 하반기 지속적인 사세 확장으로 선경의 자금 압박이 심할 때였다. 자금 마련을 위해 밤낮 없이 뛰어다니던 최종건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진단 결과는 위암이었다. 수술 후 떼어낸 조직에 대한 정밀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위궤양이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의사는 정밀검사 없이 수술을 권한 것을 사과했으나, 그는 오히려 살게 되었으니 기쁠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처럼 그는 긍정적이고 남의 과오를 잘 덮어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퍼지자 갑자기 자금줄이 끊겼다. 시장에서는 그가 곧 선경이었으므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그는 수술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퇴원해 곧바로 은행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곧장 8층까지 뛰어 올라가 행장을 놀라게 했다. 그의 열정에 두 손 두 발 다 든 행장은 결국 자금줄을 풀었다. 그에게 기업이 어떤 의미인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