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배 가격 주고 '치마'를 구입한 최종건은 바로 제품 분석
부드럽고 까칠까칠한 가연사로 '여름 옷감'으론 제격 판단
문제는 선경직물선 짤 수 없어 일본 건너가 생산 비밀간파
일제에 비해 열배 이상 싼가격이라 도매상 공장 앞 장사진

1966년 선경직물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된 폴리에스터 가연사 직물 '조제트' 역시 최종건의 남다른 관심과 열정에서 탄생한 제품이었다. 여름 비수기에도 사랑받을 수 있는 옷감을 고민하던 그는 은행 지점장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직원이 입은 치마에 눈길이 끌렸다.
직원에게 열 배 가격을 주고 치마를 구입한 최종건은 곧바로 직원에게 제품 분석을 지시했다. 잠정적으로 꼬아놓은 실이라는 뜻의 가연사는 완전히 꼬아놓은 실과 달리 풀어지려는 복원성이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까칠까칠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색상이 선명하면서 바람도 잘 통해 여름 옷감으로 판매하기에 제격이었다. 문제는 선경직물이 짤 수 없는 직물이라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가연사 기술을 개발해 내는 지난한 과정이 시작되었다. 크레퐁 기술을 제공한 것을 계기로 오스트레일리아 수출 시장을 빼앗긴 이토추 측은 더는 기술지원에 응하지 않았다.
최종건은 조용광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조제트 공장들을 견학하고 가연사를 고압스팀에 찌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고압스팀의 압력과 온도, 가열시간, 가연 횟수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종건은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직원들에게 조제트 개발에 전력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결국 선경직물은 가연사를 생산하는 최적의 조건을 알아낼 수 있었다. 1965년 11월, 제품 개발에 착수한 지 수개월간의 실험 끝에 얻은 결론이었다.

이듬해인 1966년 5월 출시한 조제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일제에 비해 무려 열 배 이상 싼 가격으로 도매상들이 돈을 들고 공장 앞에서 기다릴 정도였다.
이처럼 조제트는 최종건의 예리한 관찰력이 있었기에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언제나 사업을 생각하는 남다른 감각은 결국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고,
또한 그가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살면서도 비교할 수 없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비결이었다. 그것은 성공하는 사람의 시계가 다른 이유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