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신고 폭증하고 악용 사례도 … 법과 판례가 따로 움직여
지금 한국의 모든 회사들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법이 시행된지, 6년째 접어들지만, 제도 정착은 커녕, 운영상 많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은 14%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필자가 공인노무사회 직장 내 괴롭힘 상담위원으로 1년간 활동하며 느낀 직장 내 괴롭힘 법과 그 운영상 문제점을 알아보자.
첫째, 한국은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 중 객관적 기준이 없는 유일한 나라이다. 이 법을 두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스웨덴, 노르웨이 북구 나라와 루마니아, 호주 등 극히 제한적인데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만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빈도", "강도" 등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다.
둘째, "괴롭힘"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신고건수가 폭증을 하고 있다. 물론 근로기준법에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되어 있지만 추상적 문구라 해석의 여지가 매우 크고, 이에 근로자들은 "기분 나쁨=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생각하고 신고한다. "나는 이런 영업방식을 하고 있는데, 팀장이 다른 영업방식을 취해보라고 지시한 것", "휴가 신청을 했더니 팀장이 휴가 사유를 물어본 것", "팀장이 내 옆자리에서 손톱을 깎은 것", "업무시간에 자리를 잠깐 비웠는데, 팀장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본 것?", "팀장이 업무일지를 적으라고 한 것" 등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다.
셋째, 법과 판례가 따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가해자의, "동일행위의 반복성"을 중시한다. 그런데, "동일행위의 반복성"은 법문에도, 고용노동부 매뉴얼에도 없다. 한마디로 법과 판례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
넷째, 악용사례도 심각하다. 근로자가 악용하는 경우는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거나 임금체불·부당해고 사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을 같이 신고하는 사례, 업무능력 때문에 타 부서로 전배될 위기에 처하자, 신고하는 사례(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를 인사발령을 내면, 불이익을 줬다하여 회사 대표 형사처벌 가능)가 있다.
회사 측이 제도를 악용하기도 한다. 평소 "나가줬으면...." 하는 고참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 당하면 근로기준법상의 "분리조치의무"를 이유로 가해자로 고발 당한 직원을 자택대기발령 내어 퇴직의 압박 수단으로 이용한다.
다섯째, 직장 규모를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 법 적용이다. 직원수가 1만명이 넘는 회사나 직원수가 10명인 회사나 똑같이 법을 적용하다보니,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문제가 터지면, 사업주 조사 의무와 보고 의무 때문에 회사가 올스톱된다. 이를 이용하여 "직장 내 괴롭힘조사를 대행해주겠다"는 신종사업까지 등장했다.
고용노동부도 이같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인식하여, 외부기관에 용역을 주어 보고서도 받았으나 연구보고서상의 "주1회, 3개월 이상 되어야 괴롭힘 인정" 등의 내용이 언론보도를 타고, 이에 대해 노동단체들이 "괴롭힘을 3개월 동안이나 참으라는 말이냐?"며 반발하자, 작년 말 고용노동부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한 발을 빼는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 사이리면 누구와도 발생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과 부하직원에서 발생하는 빈도가 가장 많다. 현재로서는 주기적 교육을 통해 간부들에게 업무지시 과정에서 부하에게 신고당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은 조심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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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