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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 루이14세가 뿌린 산업혁명의 씨앗
[김성희의 역사갈피] 루이14세가 뿌린 산업혁명의 씨앗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3.09.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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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왕정의 상징이지만 지도학, 조림학 등 다양한 과학분야서 괄목할 만한 성취
화학 분야의 성과도 놀라웠는데 대표적인 게 비누와 화학의 대체원료 개발 성공
보일러,제품 건조실,포장실 한지붕 아래 두는 단일 생산라인은 산업혁명의 초석
루이 14세 치하에 산업혁명의 토대가 된 '시스템'이 마련되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역사를 뒤적이다 보면 고정관념을 깨는 뜻밖의 사실을 만날 때가 왕왕 있다.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어니스트 볼크먼 지음, 이마고)에 실린 프랑스의 루이 14세 일화가 그렇다.

'태양왕'이라고도 불리는 루이 14세는 절대왕정의 상징이다. 그러니 과학과는 거리가 멀었으리란 추론이 가능한데 실은 그렇지 않았다. 부국강병을 추구하던 그의 치세에서 프랑스는 지도학, 조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뤄냈다. 특히 화학 분야의 성취가 놀라웠는데 대표적인 것이 비누다.

당시 전함 한 척을 건조하는 데 1,000그루의 오크나무가 들었다. 군사력 증강을 위해 군함을 대거 건조하다 보니 비누를 만들 원료가 부족해졌다. 비누는 나무를 태운 재에서 얻은 알칼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프랑스 나무가 온통 사라질 판이었다.

씻지도 않은 불결한 군대를 용납할 수 없었던 루이 14세는 과학자들에게 비누의 대체원료를 내놓으라 다그쳤고, 그 결과 대서양 연안 지방에 넘쳐나는 켈프라는 해초를 찾아낼 수 있었다. 또한 켈프의 재로 비누를 만드는 과정에서 '요오드'란 부산물을 얻었고, 프랑스 군의관들은 이내 요오드가 상처 소독에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루이 14세 치하에 산업혁명의 토대가 된 '시스템'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이다. 루이 14세는 군사력 증강을 위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화약을 생산하는 방법을 고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과학자들은 수입품인 화약의 원료 유황을 대체할 수 있도록 화산재나 초석을 이용한 화약 제조법을 개발했지만 이것만으로 화약을 대량 생산할 수는 없었다. 따로 떨어진 병기창들이 저마다 개별적으로 그리고 수공으로 화약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이에 루이 14세는 파리에 방대한 규모의 화약 생산시설을 설치하라 명령했는데 화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원자재를 생산하는 제조실, 원료 혼합에 쓰이는 각종 튜브와 이를 가열하기 위한 보일러, 제품 건조실, 포장실까지 한 지붕 아래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실질적인 단일 조립라인으로 통합하기 위해 고안된 생산 시스템은 훗날 각종 공장의 제조 공정에서 벌어진 혁명적 변화의 씨앗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방적기계의 개량으로 발단이 되어 1750년부터 1830년에 걸쳐 일어난 기술혁신·공장제으로 빚어진 혁명적 변화를 가리킨다. 루이 14세의 재위 기간은 1643년에서 1715년까지이니 그는 산업혁명이란 이름이 나오기도 전에 그 싹을 뿌렸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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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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