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7 21:30 (목)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⑳ '땀의 신비'도 무너지나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⑳ '땀의 신비'도 무너지나
  •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 mksongmk@naver.com
  • 승인 2023.08.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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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건강할 때라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인간은 더위를 이길 수 있는 기능 갖춰
땀으로 체온조절하는 오묘한 신비…지구온난화가 이 같은 자연질서 모두 깨버려

장마가 끝나고 공포스럽기까지 한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지구가 인간들이 가한 상처 때문이라며,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인 듯도 하다.

지구가 건강할 때라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 더위를 이길 수 있는 기능이 인간에게 있다. 땀이 그 중 하나다. 더우면 자연스레 흐르는 땀. 그리고 동시에 느끼는 시원함. 무엇으로도 풀 수 없는 이 오묘한 신비. 그러나 지금 지구는 그 신비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인체는 언제나 약 37℃를 유지해야 하는 항온동물이다. 37℃ 범주를 크게 벗어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당초 창조주는 이 체온을 유지하도록 특별한 기능들을 선사하셨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그 영양소가 체내에서 에너지로 바뀌고,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의 일부가 37℃의 체온 유지를 위해 사용된다. 인체는 바로 이 체온 범위에서 체내의 이화학적 작용들이 가장 잘 이뤄지도록 설계된 열체인 것이다.

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때문에 인체와 접하고 있는 '환경온'이 인체보다 낮으면 체열이 밖으로 나가고, 주위 온도가 이보다 높으면 열이 흡수된다. 어느 경우든 이 37℃가 유지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위의 환경온이 체온보다 낮기 때문에 전도, 대류, 복사 그리고 증발의 네 가지 물리적 작용을 통해 몸을 식히며 37℃를 유지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바깥 기온이 너무 높아지면 체열의 방산이 어려워진다. 이 여름이 더욱 힘든 이유다. 땀 외에도 소변·대변 등을 통해 체열을 식혀주지만 한계가 있다. 반대로 37℃보다 체온이 낮아지면 열을 보존하거나 만들어 내기 위해 또 다른 기능들이 활성화된다.

땀은 더울 때만 흘리는 것이 아니다. 덥지 않아도 체내에서 꾸준히 수분이 증발하며 몸을 식혀준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땀은 더울 때만 흘리는 것이 아니다. 덥지 않아도 체내에서 꾸준히 수분이 증발하며 몸을 식혀준다.

인체가 느끼지 못하며 흘리는 땀이라 하여 '불감증설(不感蒸泄)'이라고 한다. 이 땀의 양은 성인이 하루 평균 0.8~1.2리터이고,

전체 증발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S대의 한 석사논문은 선선한 날씨(실험실 내 온도 19℃)에 배꼽티를 입은 여성이 바로 이 불감증설의 양이 늘어 체중은 감소하였으나, 허리의 피하 지방층이 두꺼워져 다리를 노출한 여성의 허리둘레보다 더 커졌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도 있다.

불감증설 외에도 여러 종류의 땀이 있다. 보통 대뇌 온도가 36.9℃에 도달하면 피부에 분포되어 있는 땀샘(200만~3000만개)을 통해 땀이 분비된다. 이때의 땀은 열을 식히는 땀으로서 '온열성 발한'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뚝뚝, 또는 주룩주룩 흘리는 땀은 양은 많지만 열을 식히는데 기여하지 못한다. 피부에 붙어 있다가 증발하면서 열을 함께 내보내는 땀만이 유효한 땀으로서 온열성 발한이 되는 것이다. 극도의 긴장과 놀라움에 의해 손바닥이나 발바닥, 겨드랑이에서 땀이 분비되기도 한다. 이런 땀은 '정신성 발한'이라고 한다. 음식물의 신맛이나 매운맛 등의 자극에 의해 안면에서 나는 '미각성 발한'도 있다. 이런 땀들도 체열 발산과는 무관하다.

더우면 땀이 나서 인체를 식혀주는 이 현상도 오묘한 창조주의 솜씨이지만 더욱 재미있는 현상도 있다. 인체의 어느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압박 받은 쪽에서의 발한은 억제되고, 압박을 받지 않은 쪽에서는 발한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을 '발한 반사' 또는 '반측 발한'이라고 한다. 더운 여름날 옆으로 누우면 바닥에 닿는 쪽보다 닿지 않는 반대쪽에서 발한이 증가된다.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본의 다카키 겐타로(高木 健太郞) 박사는 가슴 오른쪽을 연필 같이 뾰족한 것으로 누르면 오른쪽 얼굴이나 오른쪽 가슴 부위에서의 발한이 억제되고 왼쪽의 땀은 증가했으며, 상체인 가슴 양옆을 동시에 압박하면 상반신 전체의 발한이 억제되었다고 했다. 때문에 기모노를 입을 때 상반신에 매는 넓은 허리띠를 강하게 묶으면 땀으로 인해 화장이 지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복의 치마 말기를 강하게 맬 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새하얀 세모시 치마에 나비 같은 모시 적삼을 정갈하게 입고, 한 듯 안한 듯 분칠을 한 단아한 여인의 모습이 땀에 흐트러지지 않고, 그 고운 자태를 지닐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반측 발한에 있었음에 새삼 감동이 인다.

그러나 이 같은 자연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심각해져가는 지구의 온난화가 이 같은 질서들을 모두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다. 지구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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