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1일(현지 시각) 이틀간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직후인 2008년 12월 이후로 10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현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2.50%다.
연준은 성명에서 "낮은 실업률, 견조한 고용, 가계지출 회복 등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 전망 때문에 금리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노동시장 성장 신호가 강력하지만 글로벌 성장이 둔화할 우려가 있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장기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금리인하는 만장일치로 결정되지 않았다.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위원 가운데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총재 등 이른바 '매파'(통화긴축주의자) 2명이 금리동결을 주장하며 금리인하에 반대했다.
연준은 이와 함께 양적긴축 정책인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8월 중 종료하기로 했다. 앞서 연준은 보유자산 축소를 9월말까지 끝내겠다고 밝혔었다. 보유자산 축소란 중앙은행이 채권 등 보유자산을 매각함으로써 시중 자금을 회수하는 효과를 내는 통화긴축 정책을 말한다.
금리인하로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나면 미국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수출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라 관망하던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도 조만간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하 발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인하는 중간 사이클의 조정(mid-cycle adjustment)"이라며 "일련의 장기적인 금리인하의 시작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늘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과거처럼 기준금리 인하 기조의 시작과는 다르다"며 "앞으로 나오는 데이터를 검토하고, 글로벌 경제 최대 리스크로 지적되는 미·중 무역전쟁 등의 진전 상황을 보면서 인하 기조를 유지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 금리인하 사이클은 심각한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을 때 시작된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경제상황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장기적 경제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장기연방기금금리는 2.50%를 유지했다.
뉴욕증시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33.75포인트(1.23%) 떨어진 2만6864.2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32.80포인트(1.09%) 내린 2980.3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98.19포인트(1.19%) 하락한 8175.42에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폭이 더 크지 않은 것에 실망했고, 파월 의장이 앞으로 더 많은 인하를 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 않아 증권시장이 하락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WSJ 등 외신들은 증권시장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연준이 올해 2~3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간의 미중 무역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 중국의 경기둔화, 유럽의 경기후퇴 위험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