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기업의 세금을 줄여주는 쪽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비해 연구개발(R&D)을 촉진하겠다는 정부 구상이다.
정부는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19년 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설비투자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대기업의 생산성향상 시설투자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과 적용 대상을 늘린다. 공정 개선 설비나 반도체 제조 첨단설비 등 특정 설비에 투자하면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 등에서 공제해준다.
대기업 공제율은 현행 1%에서 2%로 높이고, 중견(3%→5%)과 중소(7%→10%)기업 공제율도 상향 조정한다. 생산성향상 시설투자 세액공제 대상에는 의약품 제조 첨단설비, 물류산업 첨단설비 등이 추가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세입기반 확충을 이유로 축소했던 세제 혜택으로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초기 투자단계에서 법인세 납부연기 혜택을 주는 가속상각특례 적용기한도 내년 6월 말까지 6개월 연장한다. 내용연수를 50%까지 축소,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적용해 세금을 덜 내면서 투자금액을 조기 회수하도록 돕는 제도다.
가속상각특례 대상도 늘린다. 대기업의 경우 연말까지 투자하는 생산성향상시설, 에너지절약시설에 대해서도 가속상각 제도를 적용한다. 지금은 연구ㆍ인력 개발 시설,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 등 혁신성장 투자자산만 가속상각을 허용한다. 중소ㆍ중견 기업은 가속상각 허용 한도가 50%에서 75%로 한시적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1200억원짜리 자산의 내용연수가 6년이라면 매년 200억원씩 감가상각을 하며 비용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50% 가속상각을 하면 내용연수가 3년으로 단축된다. 첫 3년간 매년 400억원씩 감가상각을 하며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초기에 이익이 적게 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세제 유인책은 투자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투자를 올해 하반기로 당기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신산업 R&D를 위한 세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최대 4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신성장동력ㆍ원천기술 연구개발비’ 대상이 넓어진다. 시스템반도체 설계ㆍ제조기술, 바이오베터기술 등과 관련된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를 포함한다.
5년인 세액공제 이월 기간은 10년으로 연장된다. 세액공제 한도를 넘겨도 다음 해로 이월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길어져 R&D를 확대하는 기업들은 법인세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성장기술 R&D 위탁연구개발비 인정 범위도 확대한다. 그간 신성장 R&D 세액공제 대상 위탁ㆍ공동연구개발 기관의 범위가 국내 소재 기관으로 한정돼 있었는데, 해외 자회사를 포함하기로 했다.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줄이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선진국과 직접적인 기술협력이 필요하다는 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서민 감세 기조는 유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60세 이상자, 장애인 등에 대해 3년간 소득세를 연간 150만원 한도로 연간 70%(청년은 5년간 90%)까지 감면해준다. 야간근로수당 등이 비과세되는 생산직 근로자의 총급여액 기준을 올리고(2500만원→3000만원), 일하는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근로장려금 최소지급액도 상향 조정(3만원→10만원)한다. 15년 이상 된 휘발유나 경유차ㆍLPG 차를 폐차하고 새 승용차(경유차 제외)로 바꾸면 개별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1.5%로 70% 인하(100만원 한도)해준다.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는 일몰기한이 재연장(3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