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 여당에서 제기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현실화했다. 현 정부 출범 첫해 결정된 2018년 인상률은 16.4%, 올해 인상률은 10.9%였는데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59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보다 240원(2.9%) 오른 금액이다.
사용자안(8590원)과 근로자안(8880원)이 표결에 부쳐져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안이 채택됐다. 노동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재적위원 전원이 표결에 참여한 결과 사용자안이 15표를 얻어 확정됐다. 정부측 입장을 대변하는 공익위원들 가운데 3분의 2가 사용자안을 지지한 것을 알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오후 4시 30분부터 13시간에 걸친 마라톤 심의 끝에 이날 새벽 5시 30분께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0년 적용 최저임금(2.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9월∼1999년 8월 적용 최저임금(2.7%)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적용 최저임금(2.8%)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기도 하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약화된 데 이어 속도조절까지 현실화화자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며 "노동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경영계는 사용자안이 채택된 데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내놨다. 사용자위원들은 입장문에서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초래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 장관은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주가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1988년부터 시행됐다. 최저임금 수준은 노동자 생계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