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5% 상승 점쳐…추경호 부총리"상반기에 수출,민생 어려움"

정부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과 투자가 역성장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기획재정부가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지난 6월 첫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췄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은행(1.7%)의 전망보다 낮고, 아시아개발은행(ADB·1.5%)보다는 조금 높은 것이다. 사실상 외환위기 직후 1998년 성장률 전망치를 1%로 발표한 이후 24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 전망치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4분기 경기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을 반영해서다.
정부는 특히 내년에 수출과 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수출(통관 기준)의 경우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 감소는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했던 2020년(-5.5%) 이후 3년 만이다. 올해 수출도 이미 지난 4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내년 기업들의 투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투자가 2.8%, 건설투자는 0.4%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 소비는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고용 둔화, 자산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올해 4.6% 증가에서 내년 2.5% 증가로 증가 폭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5.1%에서 내년 3.5%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경기 침체에 따른 기존 인력 감원과 신규 고용 기피로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내년 취업자 수가 10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예상되는 취업자 수 증가 폭(81만명)에서 대폭 낮아진 수치다. 한은(9만명)과 KDI(8만명) 전망치보다는 소폭 높다. 취업난에 따라 실업률은 올해 3.0%에서 내년에 3.2%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상수지는 210억달러 흑자로 올해 예상치(220억달러)보다 흑자가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상품수지는 국제 원자재값 하락으로 올해 95억달러 흑자에서 내년 230억달러 흑자로 개선되겠지만,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서비스·본원·이전소득 수지는 20억달러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와 같은 내년 경제 전망치를 발표한 뒤 "내년 경제는 상반기에 수출, 민생 등의 어려움이 집중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계·노동계·정치권 등 각계에서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인 65%의 재정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유동성 공급 확대와 중소기업 수출지원 등을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495조원에서 540조원으로 45조원 확대해 사상 최대 규모로 공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