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어제 예약하였던 택시기사를 만나 근교여행에 나섰다. 오늘의 행선지는 항산과 쉔콩쓰 (懸空寺 ) 그리고 윈깡(雲岡)석굴 3곳이다. 항산은 중국의 5악이라 불리는 곳이라 내심으로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이곳은 따퉁시내로부터 70-80km 떨어진 비교적 먼 곳이었다. 따퉁시내를 벗어나 길을 달리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광대한 초원과 옥수수밭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병풍같이 둘러쳐진 산들의 모습이다. 아주 광활하게 펼쳐진 평원과 함께 울타리처럼 펼쳐진 산들이 국내에서 보는 교외의 모습과는 아주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속이 시원하게 터지는 느낌이었다. 최근 도로를 보수하여 자동차가 주행하기에 아주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약 1시간 반여를 달린 후 항산에 닿았다. 항산은 산세의 아름다움이나 웅장함보다는 ‘도교의 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것 같다.

항산의 주봉 천봉령은 높이가 2017m로 산의 명성에 비해 고도는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이 산과 연관된 도교 관련 종교특성이 산의 존재감을 두드러지게 했다고 생각된다.

산의 중턱에 깎아지른 듯한 위치에 여러 도교사원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도교사원은 불교사원과는 달리 전각 내부의 공간배치가 좀 어설퍼 보인다. 불교는 특유의 교리와 함께 오랜 종교제도와 관행의 발전과 정착으로 불교사원은 전체적인 조화와 함께 불전내의 불상이나 보살상이 균형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반해 도교사원의 신령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신령들이 존숭되는지 알기도 어렵고 설명도 부족하였다. 아마도 도교가 중국 토착의 종교이고 상당부분 민간의 토속신앙에서 연유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 항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스쳐지나갔지만 중국인 이외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물론 단 한명의 서양인도 만나지 못했다. 도교사원은 존봉하는 신령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고 존숭하는 신령의 얼굴 모습이 객관화되어 있지도 않은 것 같다. 단지 수염을 길게 기른 나이 많은 후덕한 노인의 모습이 평균적인 도교사원의 신령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도교를 잘 모르지만 불교의 세계처럼 哲理가 풍부한 종교는 아닌 것 같고, 도교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과학입국을 꿈꾸는 현대 중국과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산 중턱과 거의 정봉 가까운 곳에 흩어진 도교사원을 둘러보았다. 항산을 둘러보고 나서 쉔콩스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