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3 10:23 (금)
중국구석구석탐색㊲라오제(老街) 품격
중국구석구석탐색㊲라오제(老街) 품격
  • 홍원선 이코노텔링 대기자(중국사회과학원박사ㆍ중국민족학)
  • wshong2003@hotmail.com
  • 승인 2019.07.07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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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에 있는 듯한 느낌… 규가대원 안에는 '경극 무대'와 고풍스런 객잔(여관)

교가대원을 나와 기현의 현성으로 갔다. 이곳에서는 중심가인 라오제(老街)와 또 하나 晉商문화의 자취이자 교가대원의 아류인 또 하나의 진상의 대원을 참관하기로 했다.

기현 현성의 라오제 ( 老街 ) 초입. 주로 청조와 민국 시기의 건물들이 집중돼 있다.
기현 현성의 라오제 ( 老街 ) 초입. 주로 청조와 민국 시기의 건물들이 집중돼 있다.

마침 길거리에서 기현을 거쳐 핑야오를 가는 7인승 합승차를 만나 15위안에 쾌적하게 치현의 중심으로 이동하였다. 치현 중심지에 내린 후 때 늦은 점심을 먹고 라오제 산책에 나섰다. 중국에 진출한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이라면 맥도날드와 켄터키치킨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항하여 생겨난 중국 토착의 유사한 패스트푸드점이 디코스(德克士 Dicos ) 이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이들 패스트푸드점의 분포와 관련해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국의 대도시에는 켄터키와 맥도날드가 많이 눈에 띄나 도시규모가 작아질수록 맥도날드 매장은 크게 줄어들고 켄터키치킨 매장은 완만하게 줄어든다.

교가대원에 못 미치지만 예전 이 지역의 거상이었던 渠家의 대저택이었던 渠家대원의 입구 모습
교가대원에 못 미치지만 예전 이 지역의 거상이었던 渠家의 대저택이었던 渠家대원의 입구 모습

즉 중국에서는 켄터키치킨 매장이 맥도날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도시규모가 줄어들면서 어느 선에 이르면 켄터키치킨은 보이는데 맥도날드는 보이지 않는다. 즉 중국에서 웬만한 중소 도시에서는 켄터키 매장을 한 곳 정도는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시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 디코스가 진가를 발휘한다. 이제 켄터키매장은 안 보이는데 디코스는 보인다. 더 규모를 줄인 아주 작은 도시, 읍으로 내려가면 디코스도 보이지 않고 짝퉁 브랜드 가령 ‘켄드날드’,‘맥터키’류의 이상한 가게가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농촌지역엔 디코스든 짝퉁이든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말하자면 ‘중국에서의 도시규모와 패스트푸드점의 위계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곳 치현의 중심지엔 이미 켄터키치킨 매장은 없고 다만 디코스매장이 보여 그곳에 들러 감사하게 커피 한잔 주문해 마셨다. 한잔에 6.5위안이다. 말하자면 디코스는 한국의 롯데리아와 유사한 위치라 여겨진다. 커피를 마신 후 거리탐색, 즉 라오제 관광에 나섰다.

라오제 거리는 동서남북 4개 방향으로 나뉘어졌는데 거리 길이가 약 2km는 됨직하다. 건물이 청조 시기에 지어졌다는 거리의 표지판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 라오제의 사거리의 건축물이 가장 대표적인 건물인 듯하다. 비록 옛 건물이지만 건물의 구조와 크기 그리고 장식을 보면 상당한 품격이 느껴진다.

라오제에 있는 전통 여관인 객잔의 입구. 단풍각이란 편액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통의 여관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내부는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많은 전통건물의 객잔은 외관은 전통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부시설은 현대식으로 개조한 곳이 많았다.
라오제에 있는 전통 여관인 객잔의 입구. 단풍각이란 편액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통의 여관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내부는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많은 전통건물의 객잔은 외관은 전통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부시설은 현대식으로 개조한 곳이 많았다.

라오제의 한쪽에 구가대원이 있다. 규모는 교가대원에 비해 훨씬 작았으나 독특한 풍격이 있다. 건물이 주로 2층 구조로 되어있고 밑에서 보면 방과 방, 건물과 건물사이는 상당히 높은 벽으로 둘러쌓여 흡사 거대한 성채 속에 참관객들이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고 교가대원에 비해서는 더 쾌적하고 안온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각종 경극을 공연할 공간인 무대가 대원 안에 설치되어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요즘으로 치자면 대부호가 자신의 집 안에 연극무대를 만든 것이나 같은 것이다. 이곳은 교가대원과는 달리 각 방은 모두 비어 있었고 교가대원처럼 전시되는 유물이나 민속관련 자료도 따로 없었다. 대원 자체가 교가대원과는 달리 옛거리에 소재하고 있고 나름대로 독특한 풍격을 갖고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끌 만하다고 생각된다. 청조나 민국시기 건물인 듯한 문구점 건물도 근대 서양의 풍격을 지니고 있었고 지난 번 핑야오 고성 여행에서 보았던 전통 여관인 객잔도 이곳에서 볼 수 있었다. 옛 건물이지만 방 안에 세면장과 화장실이 비치되어 있고 1인실과 2인실로 구분되어 있다. 방값은 109위안, 169위안으로 가격조건도 괜찮다싶다. 객잔에 들어서면 안온하고 차분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번쩍거리는 도심의 신식건물인 호텔과는 주는 느낌이 다르다. 다만 여행객이 이곳까지 짐가방을 끌고 오는 불편 때문에 쉽사리 투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거가대원 안의 연극무대. 이 문을 통과하여 전면에 보이는 커튼이 쳐져 있는 곳이 무대이다.
거가대원 안의 연극무대. 이 문을 통과하여 전면에 보이는 커튼이 쳐져 있는 곳이 무대이다.

치현에서 관광을 마치고 버스로 다시 타이웬으로 돌아왔다. 버스비는 23위안이었다. 터미널에서 내려 타위위안 기차역까지 시내버스로 이동하다. 타위위안 역앞은 왕복 10차선의 대로로 수백미터 내려가면 5.1로가 나타난다.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웬만한 도시지역에서 5.1로를 볼 수 있다. 5.1은 노동절로 노동자 농민의 정권이자 국가인 중국으로서는 노동자와 관련된 이 숫자를 곧잘 도로명으로 쓰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의 대부분 도시에서 도로명으로 해방로, 인민로, 중산로 등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정권의 정체성과 관련된 단어를 도시의 핵심거리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산은 바로 제국체제를 무너뜨린 손문의 호로, 손문은 공산중국에서도 타이완에서도 국부로 존숭받고 있는 점, 그리고 그의 아호를 많은 도시 특히 중국의 남부지역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점은 중국을 중국인을 하나로 묶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역에서 직선으로 뻗은 잉저대로와 5.1로가 교차하는 곳에 이곳 타이웬의 중심광장이라 할만한 5.1광장이 있다. 관광객의 눈에도 이 지역이 바로 이 도시의 중심지역임을 능히 짐작케 한다. 서울로 치자면 광화문 광장 아니 서울시청 광장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중심가에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 들러 커피를 10위안을 주고 사 마시다. 거리조망도 아주 훌륭하고 커피맛도 좋다. 입맛이 변한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맥도날드가게의 원두가 변한 것인가? 아무튼 이전 중국에서 공부할 때와 여행할 때 마셨던 사약 같았던 그 쓰디쓴 맛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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