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거 수행' 스님 자원자 중 진위 가려 내는 '기율 반장' 눈길
오늘은 이곳 우타이산을 떠난다. 이 지역 전체 불교사원을 참관하려면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방인으로서는 관광지구 중심지구에 있는 4,5곳 주요한 절을 참관한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어제 간간이 비가 뿌렸는데 새벽 밖을 내다보니 안개가 아주 자욱하다. 산길을 상당히 가야 할 텐데 버스운행은 문제가 없을까 좀 걱정이 된다. 7시 가까이 돼서 호텔을 나서다. 호텔에서 버스터미널까지는 시내버스 2정류장 거리인데 우타이산의 맑은 새벽공기를 마시며 걷는 길이 즐겁다. 깊은 산의 아침 기운을 폐 깊숙이 들여 마시며 터미널 매표소에 도착, 타이웬행 버스표를 82위안 주고 사다. 8시 10분 출발로 현재 시간은 7시 15분이다. 그냥 대합실에서 기다리기가 무료하여 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푸화쓰를 한번 더 보기로 하다. 길을 건너니 수많은 승려들이 이 절로 몰려들고 있다. 본능적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빨리 발걸음을 옮겨 절로 갔다. 사찰의 출입구에서 많은 승려들이 옷을 새로 입고 있다. 회색가사를 걸친 스님들이 이 위에다 황색이나 고동색 가사를 겹쳐 입는 것 아닌가? 한 스님에게 왜 옷을 갈아입는지를 물어봤다. 대답인즉 회색가사는 일상복이고 법회나 주요 행사에서는 황색 아니면 종색의 가사로 바꿔 입는다는 것이다. 스님들과 함께 절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많은 스님이 불당 앞의 넓은 바닥에 열을 지어 자리잡고 앉아 있었다.

어제 센통사에서는 법회가 끝나고 절 밖으로 나가는 스님들을 만나봤는데 오늘은 집회를 시작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빨리 사진 몇 카트 촬영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제 식당에서 만나 한참 대화를 나눈 도교의 도인도 맨 앞자리에 좌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그의 옆으로 다가가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천승재는 불교행사인데 도교의 도사가 참석해도 되는가 라는 물음에 그는 중국에서 유불도는 모두 한가지 이치이고 나무로 표현하자면 나무 전체가 유불도인데 뿌리를 중심으로 볼 것인가 줄기를 중심으로 볼 것인가 하는 이런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예의 유불도 일체론을 꺼낸다. 그는 헤이룽장 출신으로 발음이 아주 분명해 대화하기가 좋았다. 중국에서는 보통어의 가장 표준적인 발음은 헤이룽장 지역의 사람들로 알려지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중국중앙TV의 아나운서 가운데 헤이룽장 출신이 많다고 들은 것 같다. 이른바 중국의 하안거는 음력 4월15일에서 7월 15일까지로 이런 천승재는 오랜 세월이전부터 존속해 왔다는 설명이었다. 자료에 의하면, 불교와 남다른 인연이 있었던 수문제 시절부터 천승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날 그의 복장은 남색이었고 다른 도사들은 흰색으로 불교의 승려들과는 복장의 색깔과 모자 등에서 차이가 있었다. 중국 전통사상이 도교라면 이후 불교가 전래된 이후 도교는 이론적인 면에서 불교적 요소를 많이 받아들여 자신의 교리체계를 더욱 가다듬어 나가게 된다. 불교행사에 도교의 도사가 참석한다는 것, 그들이 말하는 3교 일체라는 이론이 공식적인 답이라면 종교라는 측면에서 도교는 이미 불교의 아류가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자면 도교의 도사들도 출가해서 수련하지만 그들의 일상생활은 불교 승려에 비해 제약이 훨씬 적은 듯하다. 음주를 비롯해 먹는 것은 제한이 없다는 것은 어제 식당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두발은 승려들이 삭발하는 것과는 달리 상투를 튼 즉 머리를 기른다는 점이 달랐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도교의 종파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 싶었으나 어느덧 버스를 탈 시간이 가까워져 그와 헤어져 절을 나왔다. 어제는 법회가 끝나고 해산하는 모습을, 오늘은 스님들이 집합하는 모습만 봤고 정작 법회를 참관하지 못해 아쉬웠다.

절을 떠나면서 특이한 모습을 보게 됐다. 이 절의 젊은 스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율스님’들이 긴 막대를 들고 절 내로 들어서는, 전국 각지에서 하안거를 위해 이곳에 온 스님들을 안내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부적격자 즉 가짜 스님을 적발해내는 일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출입하는 스님들의 무슨 신분증을 검사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승복을 입고 있어 그들의 신분을 확인시켜 줄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족집게처럼 승복입은 한 젊은 승려를 옆으로 끌어냈다.‘기율스님’의 중심인물로 보이는 스님은 그저께 이곳을 처음 참관했을 때 대화를 많이 나누고 한국불교에 많은 것을 물어본 그 스님이었다. 얘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스님들이 계속해서 입장하고 있고 버스 출발시간은 다가오고 있어 터미널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어제 경험으로 보면 천승재 법회가 끝나면 참석한 스님에게 거마비 100위안씩 지급되는데 이것을 노린 가짜 승려를 가려내는 것이 이곳 푸화쓰 스님들이 입구에서 하고 있던 일이었다. 진기한 경험이었다. 사바세계나 불국토에서나 역시 가짜가 문제로구나!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말, 바로 이 경우가 아닌가 싶다.
약 4시간이 걸려서 버스는 우타이산에서 타이위안으로 왔다. 약 2시간은 우타이산 산자락을 돌아나오는 길이었고 이후 평지의 고속도로를 주행했다. 타이웬 버스터미널에 닿은 후 호객행위가 심한 터미널 지역을 벗어나 지나는 행인에게 가장 중심가를 물어보고 택시로 이동하였다. 시내 중심가에서 여행가방을 끌면서 호텔을 탐색하던 중 북경과 다른 대도시에서 많이 보았던 그린하오타이 호텔체인점에 들러 방을 구경하고 입실수속을 밟았다. 일박에 229위안짜리 방을 회원카드를 만드는 조건으로 4박에 698위안으로 하기로 했다. 무선인터넷이 되고 샤워기의 수압도 센 편이다. 방의 불이 어두운 듯 하여 스탠드를 하나 빌려 달라고 했더니 젊은 남자 직원이 즉각적으로 프런트에 있는 스탠드를 꺼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