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59곳이 벌어서 이자도 못 갚는 신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런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진 좀비기업이 16개나 됐고, 공기업의 경우 평균적으로 번 돈과 낼 이자가 같았던 것으로 나타나 잠재부실 우려가 가장 큰 곳으로 분류됐다.
2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500대 기업 가운데 지난해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38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평균 8.6으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한 해 동안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그해에 갚아야 할 이자에 비해 어떤지를 알려주는 재무건전성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눠 산출한다. 1보다 작다는 것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의미로, 이런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지면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조사 대상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액은 170조2016억원으로 전년보다 6.1% 줄어든 반면 이자비용은 5.4% 늘어난 19조7103억원에 이르러 이자보상배율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특히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고실적을 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이자보상배율은 4.8까지 하락했다.
한국전력공사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상선, 영풍 등 34곳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 매각이 결정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세종공업과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현대위아, 부영주택 등 25곳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었다. 이들 가운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 미만인 좀비기업은 삼성중공업과 현대상선, 동부제철, 한진, 한진중공업] 등 16곳으로 전년보다 3개 늘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IT·전기전자의 경우 이자보상배율이 평균 43.2로 가장 높았으며, 서비스와 제약도 각각 14.1과 10.2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공기업은 평균 1.0에 그치며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만 해도 6.0이었는데 2017년 2.8로 떨어진 뒤 지난해에는 부채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18개 업종 가운데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전년보다 높아진 업종은 IT·전기전자와 건설·건자재 등 2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낮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S&T모티브로 40만7833에 달했고, 동서식품(3만5445)과 에스엘라이팅(2만346) 등도 높은 이자보상배율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