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서 나오는 유해가스가 주요인으로 꼽히자 대통령 여름별장으로 대통령 옮겨
주치의 인정 안해 … 직접 사인 비장 동맥 파열 결론 … '전문가 견해' 오류 경계를

1881년 7월 2일, 그러니까 꼭 140년 전 미국 대통령 제임스 A. 가필드가 암살범 찰스 기토가 쏜 총에 맞았다. 가필드 대통령은 피격 후 백악관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잠시 회복되는 듯하다가 계속되는 열병에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언론 등을 통해 자칭 '전문가'들이 들고 나섰다. 대통령이 백악관의 구식 배관에서 나오는 '하수 가스'에 감염되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1817년에 지어진 당시 백악관은 오래전부터 포토맥강 습지대에 가까워 열을 발생시킨다고 알려진 데다 1881년 봄 가필드가 취임한 직후에 영부인 루크리샤 가필드가 장기간 심각한 열병을 앓았는데 수세식 변기와 배관의 결함으로 하수 가스에 중독된 탓이란 설이 유력하게 퍼진 상태였다.
이런 의혹을 부채질한 것은 무분별한 언론과 영리가 목적인 위생사업가들이었다. 7월 말 뉴욕 헤럴드지는 한 '유명한 배관공'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데 그는 "단순한 공기보다 열 배는 더 나쁘고 심지어 유독한 가스가 진짜 문제"라면서 "대통령 관저에는 완벽하게 작동하는 하수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며칠 뒤에는 이 도시의 유명한 과학적 신사가 포토맥강을 시찰하고는 "물에 떠다니는 오물과 배설물 덩어리들로 인해 우리가 마시는 공기가 병균으로 가득 찼다"고 지적한 기사를 냈다.
언론이 물꼬를 트자 '업자'들이 달려들었다. 배관공 위생위원회는 무료로 백악관의 배관을 수리하겠다고 나섰고 여러 발명가들도 하수 가스를 막는 장치를 제안했다. 이 중 '오길비와 베넘'이라는 회사는 "유독 하수 가스를 파괴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간단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장식용 가로등을 추천했다.
결국 당대의 유명한 위생기사 조지 E. 웨어링에게 백악관 '진단'을 맡겼다. 웨어링은 보고서에서 "대통령 관저의 배관 설비는 안전한 주거에 필요한 위생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통령 주치의들은 '하수 가스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뉴저지의 대통령 여름별장으로 대통령을 옮기는 데 동의했다.
그럼에도 가필드 대통령이 9월 19일 사망하면서 하수 가스는 정치문제화 했다. "의회가 예산을 아껴 백악관을 고칠 수 없도록 했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후임 대통령 체스터 아서는 배관이 개선될 때까지 백악관에 입주하지 않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돌아보면 해프닝이다. 가필드 대통령의 직접 사인은 비장 동맥의 파열이었으니 말이다. 이건 미국 공중보건의 역사를 다룬 『세균의 복음』(낸시 톰스 지음, 푸른역사)에 실린 이야기인데 오락가락하면서 악화되는 코로나 사태를 겪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정한' 전문가를 어떻게 가려내고 그들의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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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