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차체 외관은 고속철과 같지만 속도는 고속철에 비해 좀 떨어지는 그러나 보통 열차에 비해 훨씬 빠른 시속 약 200km의 동차로 우란차푸로 간다.
내몽골에서의 일정은 비교적 빡빡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외곽지역에 대한 관광이 이뤄지지 않아 당일 도착해 시가지를 둘러보고 다음날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우란차푸에서 아주 가깝지만 省지역이 바뀌는 산서성의 따퉁(大同)으로 간다.
아침을 먹고 호텔을 나서 부근의 8.1공원으로 갔다. 공원은 중국의 여느 도시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많은 시민들이 나와 각자의 방식으로 휴일을 즐기고 있다. 좀 인상적인 것은 공원 한켠에 6대의 당구대가 놓여있었다는 점이다. 당구를 잘 칠 줄 모르는 필자로서는 왜 당구장이 꼭 실내에서 담배연기가 자욱한 곳에 있어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을 늘 가졌었는데 오늘 이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찾은 것 같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숲속에서 당구놀이를 하면 아주 좋겠다싶은 생각이 든다. 산책 중에 음악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 그곳으로 이동하니 이곳은 각종 악기를 연주 아니 연습하는 공간이었다.
중년들이 주로 색스폰을 불고 있다. 한팀은 색소폰과 어코디언을 합주하고 있고 두 악기의 화음이 조화를 이루면서 여행자의 발길을 오랫동안 붙잡아 둔다. 음악의 문외한인 필자는 이들의 취미생활이 부럽다. 다시 공원입구로 발길을 옮기니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경극에서 창을 하는 사람인 듯 시민 청중들은 몰입하여 그 소리를 감상하고 있었으나 문화배경이 다른 필자로서는 그 소리가 그다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고 좀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공원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역으로 갈 준비를 했다. 어제 새로 산 가방에 모든 짐을 옮겨 담았고 그동안 4,5년간 분신처럼 여행길에 동행한 적흑색의 여행가방은 이제 버려야 한다.
모든 것이 용도가 다하면 버려지는구나 싶다. 세상사가 물건이거나 인간이거나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듯 지나간다.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이동하다. 비록 하루의 여정이었지만 어제 버스로 이곳에 진입할 때는 큰 실망을 맛보았으나 호텔을 잡고 저녁 산책에 이어 오전 산책에서 이곳에 대한 인상이 아주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지저분하고 낙후한 지역도 있지만 고급호텔과 상가 오피스빌딩이 즐비한 강철대가 연변의 거리풍광은 아름다웠다. 특히 어제 오후 세차게 한줄기 비를 뿌린 후 청량함과 청신함으로 도심의 분위기를 바꾼 대기는 빠오토우를 완전히 새롭게 보게 만들었다. 기차역에 도착해서 역구내에 입점해있는 맥도날드점에서 10.5위안 주고 커피 한잔을 마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