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얼두스에서 빠오토우는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당일매표 당일승차다. 사전예매가 없다는 것이다. 아침식사와 커피 한잔을 마시고 호텔 바로 옆 버스터미널로 걸어서 이동하다. 9시쯤 도착하여 33위안을 주고 9시 10분 출발 차표를 샀다. 옆에 앉은 젊은 친구에게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으니 1시간 30분 정도라고 한다. 거리상으로는 그게 맞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중국의 버스는 출발해서 제대로 달리는가 싶다가도 중간에 서는 곳이 많고 심지어 고속도로변에서도 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길 가에 기다리는 승객을 위해 승차하고 그들을 태우고 가는 예가 아주 많다. 결국 11시 반이 넘어 빠오토우 시외버스터미날에 닿았다. 떠나온 어얼두스와 빠오토우는 너무나 대조되는 도시다. 외곽에서 시내로 그리고 버스터미널로 들어오는 과정에 거리 모습이 낡았고 더러워 보인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보이는 측면이 없다. 버스터미널은 낡은 데다 먼지가 풀풀 날린다. 그러나 빠오토우라는 지명은 상당히 로맨틱한 의미가 담겨있다. 원래 몽골어 발음으로‘빠오커투’를‘빠오토우’로 표시하였고, 그 의미는 ‘사슴이 사는 곳’혹은 ‘사슴의 도시’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과거 빠오토우는 중국 서북지역의 말의 집산지로도 이름이 높았고, 현재 빠오토우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초원지역의 철강도시이자 유명한 희토류 산지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내몽골자치구 내에서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셈이다.

여행가방의 끌대는 망가져 가방을 들고 다니려니 염천에 보통 고역이 아니다. 터미널을 나서자 대각선 방향으로 호텔이 보인다. 지금은 호텔의 호오를 따질 단계가 아니고 웬만하면 투숙하고 싶다. 우선 방을 보고 여권을 내밀었더니 이곳 역시 외국인 숙박업 영업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시내 중심가의 한 호텔을 소개해준다. 택시로 이동하니 거리 모습이 터미널 부근과 180도 달라져 아주 깔끔했고 고급호텔이 즐비해있다. 터미널 부근 호텔의 직원이 일러준 호텔은 5성급 호텔로 외관이 대단히 화려하고 위압적이다. 당연히 5성급 호텔이었고 없는(?) 여행객이 보기로는 종업원들도 거만함이 몸에 밴 듯하다. 방값을 물으니 일박에 700위안대다. 내 사전에 이런 가격대의 호텔은 없다. 바로 호텔을 나와 길 건너편의 좀 저렴해 보이는 호텔로 들어가 우선 외국인 숙박이 가능한가를 묻고 가능한다는 답변을 듣고 다음 방을 구경했다. 호화 비즈니스룸이라고 하는데 보통의 객실과 차이가 나는 점은 침대와 세면장 사이에 작은 방을 넣고 탁자를 마련해 놓은 점이 달랐다. 마작이나 카드놀이를 하라고 마련된 장소이다. 방값은 259위안이다. 입실수속을 하고 난 뒤 짐을 정리하고 잠시 휴식하다. 생각을 정리해보니 오늘 해야 될 일이 세 가지다. 우선 여행용가방을 하나 사는 것, 그리고 내일 혹은 모레 이곳에서 우란차푸로 가는 버스표를 구입하는 것, 내일 우당조 티벳불교사원과 기타 관광지에 일일여행을 예약하는 것이다. 호텔 로비에서 여행사에 연락해줄 것을 요청하고 잠시 후 전화연결이 되었으나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는 달리 우당조 티벳불교사원을 관광할 사람이 없어 내일 관광이 곤란하다고 한다. 그밖에 내몽골의 초원이나 사막을 둘러보는 코스가 있었으나 초원이라면 중국에서 가장 훌륭한 초원으로 평판이 난 내몽골 동북부의 후룬베이얼 초원을 이미 둘러본 마당에 전혀 흥미가 없고, 사막도 후허하오트 근교에서 이미 봤으므로 내일 교외여행은 생략해야겠다.

이제 여행가방을 사러 가야한다. 호텔에서 일러준 완다쇼핑센타로 걸어가다. 이곳 거리이름은 이 지역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어 흥미롭다. 바로 강철대가다. 약 15분쯤 걸어가니 완다 쇼핑센타가 나온다. 쇼핑센터 앞에는 상당히 넓은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고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면서 물을 뿌려준다. 그런데 이 스프링클러가 문제다. 잔디밭 사이에 인도를 조성하여 쇼핑객들이 이곳을 지나 쇼핑센타로 들어가야 하는데 잔디밭을 넘어서는 물의 사정거리 때문에 물세례를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양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프링 클러를 완벽히 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고 그나마 시간을 재 비교적 짧은 물벼락을 맞는 것으로 이 지점을 통과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줄기 세례는 그런대로 좋은 추억이 되었다. 수퍼 지하층 가방매장에서 결국 하나를 골랐다. 가방이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일단 사기로 했다. 가격은 399위안이고 강도로 보아 이 가방도 수명이 그다지 길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좀 들었지만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내일 교외관광을 못할 거라면 이곳에서 2박을 할 이유가 없어졌고 내일 우란차푸로 이동해야겠다.
버스터미널로 가서 버스표를 사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터미널로 가자고 하니 어느 지역으로 갈 거냐고 되묻는다. 내일 우란차푸로 갈 거라고 하자 이전 빠오지에서 시안으로 갈 때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왜 편한 열차를 두고 힘들게 버스로 가려냐는 반문이었다. 기차는 역마다 서고 좌석도 불편하고... 몇가지 이유를 둘러댔더니 보통열차가 아니라 준고속열차인 동차가가 작년 말부터 빠오토우 -후허하오트 - 우란차푸 구간에 개통되었다는 것이다. 귀가 번쩍 떠졌다. 바로 방향을 바꿔 기차역으로 갔다. 중간에 중국에 온 후 처음으로 제법 굵은 비를 만났다. 역에서 내리니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내일 12시10분 출발 동차 1등석을 113.5위안에 사다. 비는 계속 내린다. 20여분쯤 기다린 후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서 역 바깥으로 나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다.
이제 특별한 일도 없고 오늘 처리해야 할 일도 모두 해결했으므로 홀가분한 기분으로 저녁 7시쯤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갰고 도시가 낮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청명한 하늘에 드문드문 흰구름과 하늘 저편에 검은 먹구름이 그래도 조금 남아있는 모습이 도시를 한결 깨끗하고 품위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묵고 있는 호텔 앞의 강티에따제 ( 강철대가 )는 바로 빠오토우의 중심 거리로 좌우로 각종 오피스빌딩과 호텔 상가 등이 임립해 있어 버스터미널지역과는 완전히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디가 진짜 빠오토우의 모습인가? 특히 맑은 밤 도시 조명이 뿜어내 비추는 시내 중심거리의 모습은 사람을 약간 들뜨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중국계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순두부와 목이버섯 무침요리, 그리고 돼지고기 덥밥요리를 45위안에 주문해 먹고 빠오토우의 중심가 강티에따제를 두어시간 산책하다. 시원한 바람에 맑은 날씨 그리고 도심의 조명과 주변의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도시풍광을 즐기며 여유로움을 만끽하였다. 지금 거니는 강철대가는 멋진 지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