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단체 여행 프로그램 많지 않아…비싼 입장료 낸 진도성의 설명 부족에 실망
오늘 그동안 한족 초기문명의 발상지이자 한 왕조의 개국과 관련한 흥미로운 유적이 많았던 친링산맥과 한중평원 지역의 섬서를 떠나 이민족(한족의 시각에서)의 땅, 유목민의 땅 몽골초원으로 들어간다.

어제 농경문화와 유목문화의 뚜렷한 경계선을 보여주었던 전베이타이 군사전망대 최고 망루에서 과거 이곳에서 무수히 반복되었을 문명과 경제적 이해의 충돌로 죽어나갔을 수많은 선인들과 한편으로 현재의 더 없이 평화로운 광대무변한 몽골초원의 풍광을 바라보면서 복잡하게 교차하는 진한 감정의 여운을 느꼈다. 이제 그곳으로 들어간다.
아침 식사 후 끌대가 망가진 가방을 들고 호텔을 나서다. 당분간 여행길이 상당히 힘들게 됐다. 좀 큰 도시에 가면 우선 여행가방부터 하나 사야겠다. 택시로 북부터미날로 이동하니 출발시간 50분전이었다. 찬찬히 어제 산 차표를 다시 보니 어얼두스행 버스표를 샀는데 지명표시가 없다. 그런데 버스회사직원은 바로 어얼두스행이란 것을 알아본다. 그 이유를 알았다. 어얼두스는 몽골식 원래 지명으로 市급 행정단위이고, 이를 다시 하부 행정기구로 나누는 과정에서 도시구역인 區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동셩(東勝)이고 나머지는 일반 성지역의 현에 해당하는 旗가 여러 곳 있다. 어얼두스는 하나의 시이지만 면적이 남한 땅보다 조금 작은 86,800평방km의 광대한 지역이고, 이 거대한 도시의 진정한 도시지역인 동셩을 간다는 의미다. 중국의 도시는 우리나라의 도시와 비교하여 면적에서 그 규모의 차가 아주 크다. 중국에서 면적으로 최대의 도시는 내몽골 최북단의 후룬베이얼시로 이 도시의 면적은 우리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더 넓고, 작은 시도 우리의 도 규모보다 훨씬 큰 경우가 아주 많다. 따라서 어얼두스행 버스표를 달라면 바로 어얼두스의 중심지역인 동셩행 버스표를 주는 것이고, 시 지역의 다른 시골지역을 가면 즉 旗지역으로 갈 경우에는 해당하는 기의 이름을 대야 그곳에 해당하는 차표를 받게 된다. 그렇다고 이런 점을 모든 도시에 확대해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도심지역에 해당하는 지역명으로 전체 시지역을 대신하는 곳도 있지만 바로 넓은 광역의 지역명으로 차표를 파는 곳도 있다. 중국에서 이뿐만 아니라 섣부른 일반화는 사실에 대한 곡해 내지는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제반 사정은 그리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고, 섣부른 일반화는 사실에 대한 왜곡이고 위험할 수도 있다.

앞좌석에 앉기 위해 출발 30분 이전에 차에 올라 땀을 흘리며 앉아있었다. 중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는 에어컨을 잘 가동하지 않는다. 좌석표에 번호가 지정되어 있지만 번호가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경우에 좌석번호가 무시되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자기좌석이 앞자리이고 좌석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제일 좋은 방법은 먼저 버스에 올라 자기좌석에 앉는 것이다. 이 경우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기 때문에 땀은 좀 흘려야 한다. 에어컨도 언제나 출발 전에 켜지 않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지만 가동 않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참 지나 아주 젊은 부인이 1,2 살 되었음직한 아기를 데리고 타서 바로 옆자리에 앉는다. 뒷자리로 가겠거니 기대한 것이 어긋났다. 2시간반 가까운 시간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와 젊은 엄마가 아이를 어르는 소리로 어수선한 가운데 섬서의 위린에서 내몽골의 어얼두스 ( 오르도스)에 닿았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뺐겨 내몽골의 초원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어얼두스는 오르도스 문화 유적 유물이 발굴된 지역으로 시기적으로는 기원 6-2세기 청동기에서 초기철기시대의 문화가 가장 두드러지며 이 문화를 창조한 사람은 스키타이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민족언어학적인 특성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학계 의견으로 이들은 인도유럽어족의 한 갈래이고 이들이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동쪽으로 진출한 곳이 바로 이곳 오르도스라는 것이다. 이 몽골족의 땅에 발견된 청동기 시대의 유적과 유물의 주인이 몽골족이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 그 문화의 생산자가 누구이건 이곳 어얼두스는 인류의 초기 문화단계의 중요했던 유적과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후 맞게 된 어얼두스는 쾌적하고 깨끗하고 시원한 도시였다. 어얼두스는 몽골어 발음을 한어로 음역한 것으로 원래 의미는‘수많은 궁전’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버스가 시내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건물이 드문드문 시야에 들어오는데 땅은 넓고 사람은 적어서 그런지 건물들이 넓게 여유롭게 입지하고 있고 시내의 도로망도 직선으로 바둑판 모양을 그리면서 노폭 또한 상당히 넓다. 옌안에서 위린 그리고 오늘 어얼두스로 이어지는 도시 모습의 급격한 변화에 약간은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해진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어얼두스가 수일간 지나온 도시에서 가장 쾌적하고 여유롭다. 위린의 도시환경도 도로나 건물의 배치 등이 옌안의 수준을 뛰어넘었으나 오늘 어얼두스는 위린의 도시환경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좋다. 우선 공기가 아주 좋다. 시내 관광안내판에 의하면 일년에 340일 정도가 공기의 질이 양호하다는 것이다. 거리가 반듯한 직선에 길이 아주 넓고,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아주 적고 눈에 보이는 오피스빌딩이나 호텔, 아파트 등이 모두 새건물이다. 헌집을 보지 못했다. 이런 곳에서 며칠 머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시당국도 시의 정체성을 관광환경도시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도시의 이미지로 삼는 것 같다. 특히 여름철 이곳의 기온이 낮아 피서지로도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오늘 중국의 주요도시의 낮기온이 35도 전후인데 이곳은 25,26도 정도이고 낮에도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밤이면 선선한 느낌을 받을 정도이다.
호텔 종업원에게 지역관광에 대해 문의하니 대부분 관광유적지는 적어도 60km이상 떨어져 있고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한다. 여행을 하려면 택시를 대절해야 하는데 적어도 300~400위안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행사를 통한 단체여행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관광팸플릿과 기타 자료에 의하면 시내에서 개별적으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관광지는 바로‘진도성’이라는 곳으로 일단 시내버스로 한타이진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택시로 관광지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일단 길을 나섰다. 시내버스를 타니 완전히 별세계로 온 듯하다. 시내버스가 거의 시속 10km 정도의 속도로 기듯이 움직인다. 이곳이 초행인 필자로서는 아주 고맙게 여겨진다. 아주 느린 속도로 동네방네 다 돌면서 다니는데 보행을 대신하는 이것이 바로 관광이다 싶다. 한타이진에 내려 택시를 타고 유적지로 이동하다. 기사에게 30분 정도 후에 나올테니 좀 기다리라고 하니 이곳 규정에 손님이 대기할 경우 5분에 1.5위안의 대기료를 받는다고 한다. 즉 50분 기다리면 15위안을 대기료로 승객이 기사에게 지급해야 한다. 규정대로 약정하고 유적지를 둘러보니 거의 한시간이 지났고 내릴 때 18위안이 추가되었다.
진도성이라는 유적은 입장료가 무려 88위안으로 비싼 편이었는데 유적의 내용은 아주 실망스러웠다. 현지의 여행 팜플릿에는 진왕조가 천하를 통일하고 건설한 일종의 고속도로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유적 현장에서는 전혀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유적 현장을 둘러본 바로는 성 건물과 성벽이 좀 있고 도로가 좀 조성된 것 같으나전혀 설득력있는 설명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점이 중국의 다른 관광지와 아주 달랐고, 심하게 말하자면 속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도로가 어떻게 건설되었고 도로 구간이 어떻게 되며 목적이 무엇이고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유지관리는 어떤 식으로 했다라는 내용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전혀 설명이 없다. 아주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