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소속 아닌 자회사 불과, 냉엄한 현실 직시하는 게 순서"
노사분규 장기화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난 이기안 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이 “르노그룹은 부산공장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 이어진다면 르노삼성의 존립에 치명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르노자동차가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 12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손편지를 통해 "노사 갈등과 반목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 현재와 같이 부산공장의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우리의 고용과 회사의 존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르노삼성차는 국내 본사에 소속된 공장이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 소속된 하나의 자회사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며 "냉엄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엄중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부사장은 "르노그룹은 부산공장이 아시아 핵심공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고 그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부산공장이 중요한 역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며 노사가 협력해서 한 목소리를 낼 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부사장은 1993년 회사 창립 멤버로 26년 동안 르노삼성에서 재직해왔다. 지난해 10월이후 임단협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며 파업이 계속돼 지난달 매출이 반토막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주 사표를 제출했다. 르노삼성은 파업 장기화로 지난 1월 -37.3%, 2월 -26.7%, 3월 -49.0% 등 판매실적이 급감했다.
급기야 일본 닛산자동차는 노조 파업 장기화에 따른 수급 불안을 이유로 부산공장에서 위탁 생산해온 로그의 생산량을 전년도 10만2000대에서 6만대로 4만2000대 줄이기로 했다. 줄인 위탁 생산량은 일본 규슈 공장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기준 로그는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오는 9월에는 로그 위탁생산 계약 자체가 종료된다. 나아가 르노 본사는 내년에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신차 XM3의 생산거점을 스페인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사실상의 '철수' 경고를 흘리고 있다.르노 부산공장은 부산 전체 기업 중 매출 1위이고, 부산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부산경제의 핵심축이다. 르노 부산공장에선 2500명의 직원이 일하고 부산, 울산경남 지역 협력사를 포함하면 2만5000명이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