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는 현재 시장가격으로 약 3000억원에 해당한다.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 사장은 이날 오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하면서 매각 방안을 담은 수정 자구계획을 냈다. 매각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의 통매각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내놓으면서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할 가능성이 커 전체 매각가격은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4.17%), 아시아나IDT(76.25%),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재계에는 벌써부터 SK그룹, 한화그룹, CJ그룹, 애경그룹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요청한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다. 아시아나 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3조4400억원,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은 1조3200억원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0일 채권단에 박삼구 전 회장의 영구 퇴진,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에 담보 설정,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등을 조건으로 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채권단으로부터 거부당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회사인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만 남게 된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 금호그룹 매출은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되며 중견기업 수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