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05:25 (수)
중국구석구석탐색⑱위구르식 꼬치구이
중국구석구석탐색⑱위구르식 꼬치구이
  • 홍원선 이코노텔링 대기자(중국사회과학원박사ㆍ중국민족학)
  • wshong2003@hotmail.com
  • 승인 2019.04.16 2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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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질 부드럽고 한국인 입맛에도 그만… 양 한마리 통째로 해체해 500~600개 만들어

호텔 건너편에서 택시를 탄지 10분도 안되어 동부시외버스터미날에 닿았다. 위린까지 차비는 88.5위안이고 약 4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옌안에서 위린까지는 4차선 고속도로로 도로 상태가 양호했고 차량통행량도 그다지 많지 않아 쾌적한 여행길이었다. 그러나 옌안을 출발하여 거의 3시간 동안 주변 풍광은 옌안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황량한 지대가 이어졌다.

음식이 겉으로 보기엔 그럴 듯 했지만 뭔가 타고 난 뒤에 재 같은 맛이 나고 음식 본연의 맛도 입에 맞지 않아 거의 남긴 음식이다. 오랜 시간 중국을 여행하면서 이렇게 음식 주문을 실패해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음식이 겉으로 보기엔 그럴 듯 했지만 뭔가 타고 난 뒤에 재 같은 맛이 나고 음식 본연의 맛도 입에 맞지 않아 거의 남긴 음식이다. 오랜 시간 중국을 여행하면서 이렇게 음식 주문을 실패해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야트막한 야산에 드문드문 나무가 눈에 띄었고 나무들의 키도 제대로 자라지 못해 낮고 몸통도 가느다랗고 드문드문 풀이 자라는 곳이 많이 보인다. 또 누렇거나 약간 붉은 기가 도는 황토가 그대로 노출되어 자연환경이 열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린에 접근하면서 수목이 제법 울창해지고 지대도 야산에서 평탄지대로 바뀌었다. 12시 10분쯤 버스는 위린시내로 진입해 시 중심부의 버스터미널에 닿았다. 차를 내리면서 고민거리가 생겼다. 아침에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오면서 가방을 끄는 끌대가 고장이 나서 전혀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 여행길이 많이 힘들게 생겼다. 이제까지 끌고 다니던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니...

버스터미널에 내려 바로 다음 행선지인 어얼두스행 버스표를 문의하니 북부터미날로 가보라고 한다. 이곳에서 바로 차표를 살 수 없다면 우선은 호텔방을 잡아야 한다. 터미널부근의 중국최대 체인호텔인 한팅호텔에 들어섰다. 여권을 받더니 직원이 무언가를 한참 확인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이 호텔은 물론 다른 한팅호텔 체인점도 외국인 숙박허가를 받지 않아 외국인을 받을 수 없다며 바로 옆의 호텔을 소개해준다.

중국의 어딜 가나 길거리에서 꼬치구이를 파는 것은 흔히 보는 모습이지만 이처럼 한 마리 양을 통째로 해체하여 큰 덩이로, 다시 작은 덩이로 나눠 꼬치에 꿰는 작업을 노상에서 하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해체하고 난 뒤에는 순뼈만 남은 모습이 장인의 노련한 칼 솜씨를 보여주는 것 같다. 5인이 1조로 이 사업을 하는데 양을 해체하는 사람은 유일하게 한족으로 눈길을 끈다.
중국의 어딜 가나 길거리에서 꼬치구이를 파는 것은 흔히 보는 모습이지만 이처럼 한 마리 양을 통째로 해체하여 큰 덩이로, 다시 작은 덩이로 나눠 꼬치에 꿰는 작업을 노상에서 하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해체하고 난 뒤에는 순뼈만 남은 모습이 장인의 노련한 칼 솜씨를 보여주는 것 같다. 5인이 1조로 이 사업을 하는데 양을 해체하는 사람은 유일하게 한족으로 눈길을 끈다.

그러나 길 건너편의 호텔의 외관이 더욱 깔끔해서 무거운 가방을 들고 그곳으로 가니 역시 이 호텔도 외국인 숙박허가를 받지 않아 외국투숙객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다시 원래 한팅호텔이 소개해준 그 호텔로 돌아와서 입실수속을 밟다. 아침식사가 포함되고 숙박비는 일박에 238위안이라고 한다. 짐을 넣어두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시내관광에 나서다.

호텔에서 나와 점심을 먹으러 중심거리인 신젠난루를 북쪽방향으로 걸었다.‘교가대원’이란 전통건축양식의 그럴듯한 외관의 식당이 나타나 이곳에 들어갔다. 냉채 한가지와 일반 가정에서 주로 해 먹는다는 돼지고기와 두부, 면류 그리고 몇 가지 채소가 들어가는 요리를 주문했다. 냉채는 신선야채와 이 지역 특유의 구수한 맛이 나는 식초와 기름 그리고 약간의 소금이 조합되어 구수하면서도 적절한 염도로 감칠 맛을 냈다. 그러나 둘째 요리는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다. 직경이 30cm는 너끈히 됨직한 그리고 깊이도 7,8cm는 됨직한 큰 그릇에 요리가 가득 차 나오는데 그 물량 앞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적어도 4,5명의 장정이 함께 먹어야 할 그릇 용기에 음식이 가득 담겨 나왔다. 그러나 음식의 내용물은 대부분 폭이 넓은 면류와 시래기같은 채소와 약간의 돼지고기와 두부가 뒤섞였는데 약간 탄 듯한 재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맛이 좋지 않았다. 완전 실패작이었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말로 위안을 삼으며 식당을 나섰다.

중국의 어느 도시라도 도심지역을 걷다 보면 예외없이 길거리에서 꼬치구이를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구르족이나 회족들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꼬치구이를 파는 예가 많지만 길거리에서 포장마차들이 양꼬치구이를 파는 모습을 더 쉽게 더 자주 관찰할 수 있다. 꼬치구이장사는 위구르족이나 회족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수적으로는 한족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일상적인 꼬치구이 포장마차 가게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데 오늘은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 보통의 경우 잘게 썬 양고기를 꼬치에 꿰어 굽거나 아니면 집에서 혹은 다른 장소에서 꼬치에 꿴 고기를 가져와 구워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에서는 도축장처럼 도축한 양 한 마리를 철제 갈고리에 걸어두고 이를 해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위린 구 도심지역의 고루모습. 웬만한 도시지역의 중심에 종루와 고루가 있다.
위린 구 도심지역의 고루모습. 웬만한 도시지역의 중심에 종루와 고루가 있다.

길거리에서 한켠에서는 도축한 양 한 마리를 해체하여 큰 덩이 고기로 만들고, 다른 한켠에서는 큰 덩어리의 고기를 잘게 나누고 다시 이들 잘게 잘려진 고기를 대꼬챙이에 꿴다. 통 양을 큰 덩어리로 잘라낸 후에는 더 작고 날카로운 칼로 다리와 몸통의 뼈에 붙어있는 살코기 부분을 완전히 발라낸다. 작은 칼로 뼈에 붙어있는 조그만 부분의 살도 발라내는 것이 상당한 수준으로 거의 예술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선 전후 사정 가릴 것 없이 예전의 직업정신 ( 필자는 15년간 일간지 기자로 일한바 있다 )이 발동하여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를 조작, 몇커트 찍었다. 이들 이색적인 꼬치구이 포장마차 주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꼬치구이를 몇 개를 주문해서 먹으면서 말을 건넸다. 며칠 전 시안 회민가에서 먹었던 꼬치구이는 한 개가 10위안이었으나 이곳은 3위안이다. 물론 시안에서 먹은 꼬치구이는 고깃덩이가 훨씬 크고 이곳은 아주 잘다는 차이는 있었으나 맛은 이곳이 훨씬 좋았다. 시안에서 맛본 꼬치구이는 상당히 고기가 질겼다. 내가 맛 본 그 가게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전체적으로 그런지 여부는 잘 모르겠으나 이 가게의 양고기는 부드럽고 잘 넘어간다. 시안에 비해 이곳 고기가 더 맛있다고 칭찬을 해주니 위구르인 주인은 신이 나서 말을 이어간다. 양 한 마리를 해체하면 꼬치 몇 개 분량이 나오느냐고 묻자 500 -600개라고 한다. 하루에 양 몇 마리를 해체하느냐는 질문에 5마리 내외란다. 이들은 모두 5명이 한 팀이 되어 일하고 있었는데 하루 매출액이 대략 계산되었다. 한 마리에 1500-1800위안 이를 5마리로 곱하면 7500 - 9000위안이라는 숫자가 나오고 대략적으로 8000위안을 판다면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140-150만원쯤 될 것 같다. 당연히 이들에게 휴일은 없을 것이고 계속 일할 것인데 알부자임에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당신은 부자라고 말했더니 굳이 부인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들 한 팀은 모두 5명으로 4명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호탄 부근의 마을에서 온 집안 사람들이고 한명은 특이하게도 한족이었다. 이들은 이곳 위린에서 무려 18년간 일했고 한족 도제는 17년간 이곳에서 같이 일했다고 한다. 모든 포장마차가 그렇진 않겠지만 오늘 이들과 유쾌한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경영규모를 약간 엿보게 되었다.이들의 수입은 웬만한 화이트칼라가 감히 다가서지 못할 정도로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장마차가 약간 과장되게 말하자면 중소기업 수준의 비즈니스라고 생각되었다. 이들 위구르인들이 부침성도 있고 필자가 위구르에 대해, 꼬치구이사업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자 그들도 한국의 사정이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들의 궁금증의 요지는 한국에도 이러한 꼬치구이집이 있느냐는 것과 한국에서 이런 사업을 할 수 있겠는가로 집약되었다. 그들의 치열한 사업심에 경의를 표하면서 꼬치구이 포장마차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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