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7 06:25 (토)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위기사(12)더 본드③제국주의 그림자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위기사(12)더 본드③제국주의 그림자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1.03.23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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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시대' 20세기는 19세기 후반 시작된 제국주의로부터 출발
홉슨"부유층이 통치권을 강탈해 사치를 유지 하기 위해 외국 핍박"
자본주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불황의 주기성'이란 경제위기 잉태
알리안츠GI 『 여섯 번째 콘드라티에프 장기순환 』 시대 구분 눈길

20세기를 돌아보자. 거시적 시각에서의 큰 틀은 정리가 쉽다. 전반기에는 두 차례 세계전쟁을 치렀고 후반기에는 체제전쟁이라는,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롭고 지독한 전쟁을 치렀다. '냉전(冷戰)'으로도 불렸던 이 체제 전쟁의 기원은 무엇일까?

누구라도 1917년 러시아혁명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혁명이 제1차 세계대전의 산물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의 제국주의의 결과였음을 부정하는 이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전쟁의 시대' 20세기는 19세기 후반 시작된 제국주의로부터 출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국주의란 무엇인가? 이 분야 초기 개척자 J. A. 홉슨(J. A. Hobson)의 정의는 제국주의 연구자라면 누구나 알아둬야 한다. 그는 1902년의 저서 『제국주의: 한 연구(Imperialism: A study)』에서 제국주의 개념을 이렇게 규정했다. 제국주의란, "국가 내부의 부유층(moneyed interest)이 정부의 통치권을 강탈해 국내의 사치를 유지하기 위해 외국의 몸에 흡관을 고착시켜 그것에서 그들의 부를 빼내려고 제국의 팽창으로 나아가는 기생적인 사회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은 레닌에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레닌은 스스로 "나는 제국주의의 관한 한 홉슨의 저작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 제국주의의 원인, '불황'?

제국주의에 대한 이들의 개념 규정에 마음이 편치 않은 독자가 많을 것이다. 지나치게 과격해 보이는 탓이다. 계급투쟁적 관점이 그대로 내포돼 있다. 그러니 중립적인 정의를 찾아보자. 늘 그렇듯 사전적 정의가 적합하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보자. 사전은 제국주의에 대해 "한 국가가 무력으로 다른 국가를 제압하여 정치ㆍ경제적 지배권을 다른 민족ㆍ국가의 영토로 확대시키려는 충동이나 정책"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시기적으로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로 본다"고 돼 있다. 아마도 이것이 제국주의에 대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일 것이다.

학계는 제국주의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꼽는다. 저마다 국내외 정치와 경제, 국가의 자존심, 심지어 종교나 문화 등 특정 측면을 강조해 설명한다. 그럼에도 경제 부문에서의 문제를 첫 번째로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말하는 '경제 부문에서의 문제'란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니다. 불황, 그것도 엄청난 불황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말한다. 앞서 여러 번 말했듯 자본주의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불황의 주기성'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자본주의 체제 이전에도 있었겠으나 그 '주기성'은 자본주의 체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결국 이 '주기적 불황'이 세계적 참상(慘狀)을 불러왔다는 얘기가 된다.

내친 김에 '불황의 주기성'이 뭔지 살펴보자. '불황의 주기성'은 '경기순환론'과 관련이 깊다. 경기순환론은, 말 그대로 경기가 일정 주기를 두고 순환한다는 것이다. 이 '주기' 중 가장 짧은 것은 약 40개월가량 유지되는 것으로, 이를 발견한 영국의 사업가이자 통계학자 조셉 키친(Joseph Kitchin)의 이름을 따 '키친순환(Kitchin Cycle)'으로 불린다. 키친순환의 원인은 보통 제조업체의 상품 수급 및 재고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11년 주기의 '주글러순환(Juglar Cycle)'이라는 것도 있다. 프랑스의 의사이자 통계학자인 끌레망 주글러(Clément Juglar)가 발견한 이 순환은 설비투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사진=콘드라티에프) 자본주의의 순환과 관련된 논쟁에서 콘드라티에프는 권력자 트로츠키와의 논쟁과정에서 숙청당하고 향후 처형된다.
(사진=콘드라티에프) 자본주의의 순환과 관련된 논쟁에서 콘드라티에프는 권력자 트로츠키와의 논쟁과정에서 숙청당하고 향후 처형된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츠네츠(Simon Kuznets)가 발견한 '쿠츠네츠순환(Kuznets Cycle)'은 키친이나 주글러가 발견한 주기보다 더 길다. 순환주기는 약 20~25년. 그는 1869년부터 1948년 동안 미국의 국민소득(GNP) 추이를 통해 이 같은 순환을 찾아냈다. 이 순환은 한편으로 '건축순환(Building Cycle)'으로도 불린다. 이 순환은 미국의 통계학자 J. R. 리글먼(J.R. Riggleman)이 1933년 한 논문에서 발표한 이후 건설 등 인프라 구축이 이끄는 장기 순환을 밝힌 것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결국 국민소득은 인프라 구축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사진=트로츠키.
사진=트로츠키.

■ 콘드라티에프, 장기순환론 발표 뒤 숙청

러시아의 경제학자 니콜라이 D. 콘드라티에프(Nikolai D. Kondratiev)는 더 긴 주기의 경제순환을 찾아냈다. 1910년대 18세기 산업혁명기 때부터의 자료를 세심하게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 그는 경제의 50년 주기의 순환을 발견하게 됐던 것이다. 그는 1922년 『전시(戰時) 및 전후(戰後)의 세계경제와 세계경제의 조건』이라는 저서를 통해 1789년 이후로 자본주의는 1789~1809년 사이의 팽창과 1809~1849년 사이의 수축, 1849~1873년 사이의 또 다른 팽창과 1873~1896년의 또 다른 수축이라는 50년 정도의 장기순환을 두 차례 경험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제1차 세계전쟁 이후의 경제는 1896~1920년까지의 팽창기를 지나 쇠퇴기의 전환점"이라고 썼다.

그렇다면 이 50년 전후의 '장기순환'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오늘날까지도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정답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이 받아들이는 '일반론'은 있다. 이 이론은 콘드라티에프가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프라다. 도로 등 사회 인프라, 건물이나 생산시설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한 각종 사회 및 기업 시설의 수명 또는 주기가 대체로 50년 전후라는 것이다. 후대 학자들은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을 더 추가한다. 사회 인프라 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시설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노후 생산 설비의 잔존에 따른 시설과잉과 그로 인한 과잉생산 상황을 순환과 연결시키려 한다.

그의 장기순환 이론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내용이 있다. 순환의 전환기 때마다 경제 외 분야에서도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최초의 불황이 1820~1830년대 무렵 발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또한 1830년대에 인류는 7월 혁명으로 대표되는 정치ㆍ사회적 대 혼란을 겪는다. 1870년대 구미 지역을 초토화시킨 불황과 이후의 제국주의, 그리고 1930년대의 대공황과 1970년대 초의 '닉슨쇼크'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이 장기순환 전환기에 발생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세계는 50년 전후마다 정치 사회적으로 큰일을 겪는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그는 50년 전후의 역사적 대사건들을 거론했다. 이 말에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은 당시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볼셰비키의 핵심인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의 견해와 달랐기 때문이다. 트로츠키는 "위기를 맞은 자본주의는 곧 종말을 맞을 것"이라 했는데 콘드라티에프 50년마다 이런 위기를 겪는다는 것 아닌가. 스스로 상당한 이론가라 자부했던 트로츠키로서는 그를 용납하기 어려웠다. 권력자 트로츠키였다. 논쟁에서 그를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콘드라티에프는 숙청을 당했고 이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

제국주의를 ‘땅따먹기’로 풍자한 유명한 풍자화
제국주의를 '땅따먹기'로 풍자한 유명한 풍자화

현실에서 그는 트로츠키에게 졌지만 학문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트로츠키의 이론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지만 그의 이론은 여전히 살아남아 지금도 그 위세를 자랑하는 것이다. 트로츠키의 주장과는 달리 자본주의도 살아남아 오늘에 이른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그의 장기순환론에 대해 적잖이 신뢰를 보인다. 3년이나 10년 등 단기 또는 중기 순환론은 가끔씩 '이(齒)'가 빠지는 경우가 있지만, 50년 주기의 '콘드라티예프 장기순환'은 250년 동안 어긋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00년 하고도 20년이 넘은 지금도 그의 장기순환론은 여전히 분석 대상이 된다.

■ 2020년, 새로운 50년 장기순환 출발?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알리안츠생명 산하의 자산운용사인 알리안츠GI의 분석 보고서 『여섯 번째 콘드라티에프 장기순환』이 대표적이다. 2010년 발간된 이 보고서는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다른 어떤 논문이나 저서, 보고서보다 정교해 일독(一讀)의 가치가 있다. 보고서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자본주의는 모두 다섯 번의 콘드라티에프 장기순환을 거쳤다"며 그 기간을 다음처럼 제시했다.

①제1순환=1780~1830년까지의 50년 ②제2순환=1830~1880년까지의 50년 ③제3순환=1880~1930년까지의 50년 ④제4순환=1930~1970년까지의 40년 ⑤제5순환=1970년부터 40~50년 전후 기간

보고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 글의 주요 주제가 되는 제국주의와 관련된 것이요, 두 번째는 보고서가 제시한 다섯 번째 순환의 끝 또는 여섯 번째 순환의 시작이 지금 바로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제3순환기에 세계는 제국주의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세계전쟁을 치른다. 또한 제5순환을 보라! 시작 지점이 1970년이고 50년 뒤면 바로 2020년이다. 대단한 우연 아닌가. 우리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팬데믹도 마치 콘드라티에프의 장기순환 주기를 알고 찾아온 듯 보이기까지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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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대기자❙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 『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 『식민과 제국의 길』,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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