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1.1%)보다 웃돌아…반도체,자동차 등 수출이 버팀목 역할
산업별 명암과 소득양극화 그늘…올 경제성장,내수 회복세에 달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했다. 문 닫은 상점들과 손님이 드문 거리에서 이미 체감하고 있었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잘 버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로 잠정 집계됐다. 한은이 예상했던 -1.1%를 소폭 웃돌았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1.0%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주요 20개국 중에서는 중국에 이어 2위다.
하반기 성장 회복세가 성장률의 추가 하락을 막았다. 코로나19 충격으로 1분기(-1.3%), 2분기(-3.2%)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성장률이 3분기(2.1%)와 4분기(1.1%)에 반등했다.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한 덕분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화학제품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회복이 예상보다 빨랐다.
한은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덕분에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방역체계가 작동했고,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정부 재정도 힘을 보태면서 정부가 예상한 성장률 -1.1%를 웃돌았다.
그러나 내수 위축은 피할 수 없었다. 코로나가 3차례 대확산함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민간소비는 5% 감소했다. 그 결과 정부가 성장률을 1%포인트 높인 반면 소비를 포함한 민간 부문은 2%포인트 끌어내렸다. 한은은 잘 갖춰진 온라인 쇼핑 기반과 택배 시스템이 더 큰 소비 위축을 막았다고 분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선진국들보다 역성장 폭이 훨씬 작다"며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하면서 "내수 부진에 따른 민생의 어려움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라고 밝혔다.
수출은 올해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올해 경제성장도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회복에 달려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과 비대면 온라인 산업의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대면 접촉을 해야 하는 서비스업의 어려움이 상당 기간 지속되리란 점이다.
이처럼 업종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경제 회복세를 보이며 산업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지수 3000을 넘어선 코스피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그런 경우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손실보상제와 이익 공유제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코로나19가 벌리고 있는 산업별ㆍ계층별 양극화를 최소화하는데 정부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