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남에 따라 경영권 승계 등 한진그룹의 미래가 재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조 회장은 생전에 슬하의 3남매에게 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그런데 두 딸은 ‘땅콩 회항’ ‘물컵 갑질’ 사건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경영에서 손을 떼야 했다. 현재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만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계는 장남인 조 사장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가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조 사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면 취약한 지배구조를 극복하고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국민연금 등 외부 견제를 막아내야 한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그룹의 지배 정점에 있고, 대한항공과 ㈜한진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그룹 경영권 확보의 핵심인 한진칼 지분은 한진가가 28.8%로 가장 많다. 이어 KCGI가 12.8%, 국민연금이 6.7%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등 기타 주주 지분은 51.6%다. 한진가 지분은 조 회장이 17.84%(우선주 지분 2.40% 제외)로 대부분이고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세 자녀는 각각 3%에 못 미친다.
조 회장 지분을 모두 세 자녀에게 넘겨주고, 두 딸이 상속 지분을 조원태 사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 지분으로 남겨둔다면 한진가의 경영권 확보에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지분 상속 과정에서 상속세가 발생하고,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조 회장의 재산은 한진칼 지분(약 3221억원)을 비롯해 ㈜한진 지분 6.87%(약 348억원), 대한항공 지분 2.4%(약 9억원) 등 계열사에 산재해 있다. 여기에 현금과 부동산, 비상장 주식을 합하면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상속세는 사망 후 6개월 안에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규모가 클 경우 5년 동안 나눠 낼 수 있지만, 상속 주식 일부를 처분해 현금화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한진칼 지분까지 처분할 경우 한진가 지분이 줄어들면서 KCGI, 국민연금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KCGI와 국민연금이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한진가 지분율이 낮아지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KCGI는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해 기존 12.68%이던 보유 지분율을 13.47%로 높일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한진가에 대한 경영권 공세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증권계는 한진가가 지분 처분 없이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을 통해 상속세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본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가치의 50%까지 가능하다.
결국 관건은 한진가가 보유한 현금 등 자산이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는 규모냐 여부다. 상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 남매의 분쟁 가능성도 조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관리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