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좀 더 많은 곳을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호텔을 나섰다. 우선 채륜의 묘를 다녀와야겠다. 한중에서 그의 묘가 있는 양센(洋縣)까지 가는 차비는 13위안이었고 약 2시간 가까이 걸렸다. 터미널에 내리니 택시들이 제법 많이 정차해있다.

버스터미널에서 채륜의 묘까지 연결되는 대중교통편이 없어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 택시와 가격협의를 해 채륜의 묘를 왕복하는데 50위안으로 낙착을 보았다. 자료에는 터미날에서 채륜묘까지 17km로 왕복하면 35km정도 된다. 도착한 채륜의 묘 주변에 민가가 제법 많이 있다. 묘역 안으로 들어가면 우선 종이관련 자료전시관을 둘러보게 되고 이어 뒷쪽에 채륜의 묘가 있다. 사각형의 묘는 돌로 기단을 쌓고 윗 부분에 흙으로 봉분을 올렸다. 봉분의 높이는 7m이고 길이는 30m, 폭은 17m에 이르는 상당히 큰 무덤이다. 그러나 봉분에 잔디는 듬성듬성 자라고 있어 중요 유적지가 아닌 것 같다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료전시관도 중국의 다른 주요 국가유적과 달리 그다지 공들여 만든 것이 아니라는 약간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인류문명의 발전에 엄청난 공헌이 된 종이 제조술은 바로 중국 고대의 4대발명 중의 한가지로 그 혜택은 후세의 세계 모든 사람이 받고 있는 것 아닌가? 타임지는 종이발명을 인류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이라고 평가한 바도 있다.
인류의 문명사와 종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곳을 나와 이 지역에서만 서식한다는 그것도 조류 보호지역에서만 살고 있다는 주환이란 새를 구경하러 이동했다. 주환은 원래 시베리아와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에 서식했으나 지난 20세기 시베리아 한국 일본에서는 완전 멸종하였고 지금은 이곳 양센 일대에서만 생존하고 있는 아주 희귀한 조류라는 설명문이 보였다. 그러나 불원만리 그 모습을 관찰하러 온 손님에게 이 희귀조류는 너무 도도하고 여행객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 날개라도 한번 퍼득거려 주길 기대하며 짧지 않은 시간을 그물 바깥에서 관찰했으나 전혀 꿈적하지 않는다. 조용히 서 있는 한 무리의 주환을 그나마 그물 밖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