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북미간 비핵화 회담 전망과 관련해 “미국의 조야와 주요 싱크탱크 인사의 80%는 비핵화 회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중견언론인모임)초청 토론회의 연사로 나선 그는 “결렬된 하노이정상 회담 무렵에 미국에 있었는데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시각은 비관과 냉소, 그리고 회의론이 팽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문 특보는 또 남북 정상간 4차 회담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굳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판문점에서 비공식 남북 정상의 만남은 서로 타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협상에는 ‘나비 효과’가 나와선 안된다고 강조하며 사소한 일이 일을 그르칠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와 관련해 문 특보는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특사’로 보인다”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들고 온 노란봉투에 ‘빅딜’의 정보가 담겨져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비건이 평양에 가서 단계적 비핵화에 ‘합의’를 이뤘으나 볼턴이 영변 이외의 농축우라늄 시설의 비핵화 조치를 들고 나왔음을 시사했다.
문 특보는 북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북한측도 하노이회담의 결렬과 관련한 여러 복기(復棋)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미가 비핵화 논의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을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쳤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일본의 역할에 대해선 일정한 선을 그었다. 그는 “비핵논의 테이블에는 일본의 역할이 없어 보인다”며“다만 비핵화 이후의 한반도평화체제 아래선 경제협력 분야에서 참여할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에는 일본과 가까운 인사들이 많다”며 “일본이 비핵화회담에 훼방 놓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방문 때 그런 정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문 특보는 13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명사 초청 공직자 평화통일전문가 특강' 후 "나를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어떻게 문재인 대통령을 대변인이라고 하나. 그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전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연설한 내용을 꼬집었다.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