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탄소년단(BTS)이 일본내 혐한론자들의 총알을 뚫고 보란 듯이 일본 순회공연의 첫 단추를 잘 뀄다. 13일 도쿄돔은 5만여명의 일본 팬들로 가득찼고 그들은 서슴없이 ‘한글 가사’를 따라 불렀다.
BTS멤버 지민의 티셔츠가 몰고 온 일본 내 반한 분위기도 잠재웠다. 일본 매스콤들이 예정된 BTS의 방송출연을 취소하는 등 난리를 쳤지만 일본 팬들은 BTS를 예정대로 만났다. 어제 공연을 시작으로 BTS는 내년 2월까지 오사카와 나고야, 후쿠오카내 실내 돔 4곳에서 공연을 한다. 이미 38만장의 티켓이 완판됐다. 경매사이트에서는 한 장에 100만원을 웃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어떤 지도자가, 어느 외교관이, 또 어떤 콘텐츠가 이 만큼 외국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마음을 얻으면 다 얻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의 힘은 총칼보다 세고 그 값어치는 수만금보다 높다. 전쟁에 지더라도 문화와 전통을 지키고 있으면 언제든지 나라를 찾을수 있다. 더욱이 문화를 다른 나라에 전파한다면 그 나라는 우리와 같은 문화적인 감성 연대를 이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의 이웃이 되는 것이다.
반도체와 TV,휴대폰,자동차가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았다면 BTS는 거기에 나라의 격을 한층 높였다.
이러니 흥행과 명예는 자연히 따라오고 있다. 그 에너지를 국운 융성의 모멘텀으로 승화해야 한다. 경제정책과 정치 활동 분야에서 세계가 공감하는 ‘한류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 그 분야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한 참 떨어져 있다.
정부는 최근 이같은 방탄소년단의 활약상에 화관문화훈장을 주며 격려했다. 빌보드 메인차트 8주연속 1위를 하고 타임지 표지인물이 된 그들은 유엔총회 현장에서 전세계 젊은이를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그들이 진정 우리나라의 문화환경에서 발굴되고 길러진 ‘콘텐츠’란 말인가. 사실이지만 그것은 기적이었고 한류의 역사는 다시 새롭게 써야 할 판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이런 방탄소년단의 활약상을 업어 뭔가 한 건 해보려는 시도가 있어 뒷맛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한 정치인이 뜬금없이 BTS의 평양공연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언제든지 BTS를 오라 가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그 발상에 놀랄 뿐이다.
BTS는 ‘한류의 삼성전자’이자 ‘문화의 국가대표’이다. 더 나아가 우리만 독점할 수 없는 세계의 문화 아이콘이 됐다. BTS의 매직은 아직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