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소금절임해 먹다가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방부제 역할하면서 양념넣기 시작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재 등재 … 식물성유산균 많아 '세계의 건강식품' 반열
풀무원, 86년 문 연 김치 박물관 인수… 코엑스몰서 28년간 운영하다 인사동으로 이전
우리나라 대표 식품인 김치. 하나의 반찬을 넘어 김치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대변하는 아이콘이다. 그럼 한반도에서 유독 김치문화가 꽃을 피울수 있었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우리나라 전통부엌인 부뚜막의 구조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수 있다.
부뚜막은 난방과 취사를 동시에 할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주로 흙으로 만들어져 있어 불의 세기를 최대한 끌어 올릴수 없다. 즉 고온 연소를 할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불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조리를 해야 했다. 그래서 저장음식과 발효식품이 발달하게 됐다고 한다. 장시간 저장해두면서 꾸준히 먹을수 있는 김치는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옛 문헌에 보면 삼국시대부터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 때 단순히 소금 절이 수준이었던 김치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마늘과 생강 등 등의 영념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또 한걸음 더 나아가 무와 오징어 등이 김치 재료로 쓰이면서 한국적 방식의 채소 저장식품으로 거듭났다.
김장은 춥고 긴 겨울을 나기위해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일이다. 또 마을 아낙네들이 한 곳에 모여 품앗이를 하는 공동체 생활의 한 축이었다.
2006년에 미국 잡지 ‘헬스’가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데 이어 2013년 12월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또 2017년년 3월 뉴욕포스트는 세계 저명 저널인 란셀(Lancel)에 실린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김치를 세계 제일의 건강식품으로 보도해 김치의 영양학적인 가치와 김치담그기가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물론 건강식품으로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게 된 것은 김치안에 있는 유산균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요쿠르트에 있는 유산균은 동물성인데 반해 김치는 약 30여 종류의 식물성 유산균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김치국물 1g에는 약 1억마리의 유산균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식물성 유산균은 위산을 통과해 장까지 내려간다는 주장도 있다. 이같은 김치의 역사와 발자취는 서울 인사동에 있는 ‘뮤지엄 김치간’에서 살펴볼수 있다. 풀무원이 운영중인 이 김치박물관의 역사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중구 필동에 김치박물관이 처음 문을 열었고 이 박물관을 풀무원이 87년에 인수했다.
이듬해 88서울 올림픽에 맞춰 서울 강남 삼성동 무역센터에 둥지를 텄다. 김치 세계화의 첫 걸음을 뗐다. 국내외 관람객이 크게 늘어나자 김치박물관은 규모를 키워 코엑스몰로 옮겼다. ‘김치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자료와 함께 김치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내놓는 등 박물관의 찾는 관람객들의 눈높이 맞췄다.
미국 CNN방송은 2015년 3월 김치박물관을 세계 11대 식품관으로 선정했고 두달 뒤 종로구 인사동 마루빌딩으로 이전했다. 이 때 김치박물관의 이름을 ‘뮤지엄 김치간’으로 고쳤다. 그러니까 올해는 김치간의 개관 5주년이 되는 해이다.
기자는 서울 인사동 마루빌딩의 4ㆍ5ㆍ6층 3개층에 전시공간을 마련한 ‘뮤지엄 김치간’을 최근 찾았다. 4층 입구에 들어서자 올해가 경자년 쥐띠인점을 배려해 쥐띠 해에 태어난 관람객들에게 입장료를 50% 할인해주고 있었다.
그리고나서 전시코너 마다의 설명을 스스로 들을수 있는 청취 레시버를 나눠졌다. 이 박물관은 오후 3시에 학예연구원이 직접 관람객들과 동행하며 김치의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김치 시식코너와 함께 예약관람객들에게 김치담그기를 직접 체험할수 있는 공간도 있다. 또 김장의 전통적인 용기와 김치의 유래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정리해 놓았다.
약 3000년전에 중국에서 채소를 절여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 ‘김치의 종주국’를 놓고 중국과 한 때 경쟁을 했지만 유네스코는 한국의 김치에 손을 들어줬다. 중국의 채소 절임은 단순히 초산을 사용한 것이고 한국의 김치는 소금 절임에 이어 각종 양념이 곁들여져 맛과 영양을 더한 건강식품으로 인정한 것이다.
근대 들어 김장과 관련한 기록도 눈에 띈다. 1920~30년대 신문은 겨울철 주부들의 고민인 김장담그는 법을 특집기사로 꾸며 소개했고 이화학당 기숙사에서 김장을 하는 장면을 사진을 붙여놨다. 눈에 띄는 보도는 요즘처럼 김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짐장’으로 표기한 것이다. 또 아름드리 피나무의 속을 파내 만들어 실제로 쓰였던 김장 나무통의 실물도 전시하고 있다.
김치에 고추가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 부터란 설명도 눈에 들어왔다. 일본을 통해 고추가 유입되면서 매운맛과 붉은색을 띤 김치가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추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매운맛을 내기 위해 천초를 넣고, 맨드라미꽃이나 , 연지 등을 사용했다고 한다. 고추와 양념은 김치의 부패를 막는 방부제 역할을 했다. 그런 까닭에 고추를 사용하면서부터 김치에 들어가는 소금의 사용량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게 됐다고 한다.
또한 고추의 매운맛은 생선의 비린맛을 줄여, 젓갈을 김치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파·마늘·생강과 같은 양념, 오징어와 같은 해산물도 함께 넣음으로써 김치는 식물성 재료와 동물성 재료가 혼합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채소 발효음식으로 거듭났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먹는 김치의 역사는 약 500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박물관은 북한의 ‘김장 전투’의 실태도 비교적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북한에서 김장은 ‘반년양식’으로 불리우며 10월중순부터 김장 전투가 시작된다.
반년 식량인 만큼 집집마다 적게는 300㎏, 많게는 1t까지 김장을 한다. 우리처럼 가을걷이 이후 김장철에는 서로 일손을 거드는 품앗이를 한다. 2015년에는 우리보다 2년 늦었지만 ‘북한의 김장담그기 전통’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북한에도 대규모 김치공장이 있다. 류경김치에서 생산하는 포장김치는 한 봉지에 북한 돈 1천원에 팔린다. 북한의 평균 근로자 월 평균 급여가 5천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비싼 수준이다. 분단된지 70년이 넘었지만 이처럼 남북의 김장 문화는 통일되게 유지되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또 나란히 걸린 김치관련 남북의 우표를 보면 김장 하나만큼은 통일이 된 느낌이다.
그런까닭에 김치는 문화뿐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위상도 커지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국내 김치시장은 연간 약 1조4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다만 가정마다 담그는 김장김치의 양을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고 대신 포장김치는 연평균 3%씩 늘고 있다. 김치는 세계 60여개국에 약 9천만달러 어치가 수출되고 있다. 일본,대만,미국 등이 주요 시장이다. 김치의 세계화로 김치규격에 대한 개정논의도 활발하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김치 규격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지난해 9월 30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이 공정회는 지난 2001년에 제정된 김치의 국제규격을 현실에 맞게 고쳐 수출의 활로를 열어보자는 취지로 개최됐다.
‘뮤지엄 김치간’은 해마다 통배추 김치를 비롯해 양배추 김치,깍두기, 동치미 등 특색있는 계절김치를 철마다 담가서 전시한다.
이 김치들은 섭씨 3~5도로 유지되는 ‘김치움’(김치냉장저장소)에 보관된다. 김치움 옆에 있는 스크린에서 톡톡 터지는 소리가 나온다. 김치가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라고 한다. 뮤지엄 김치간의 신은혜 학예연구원은 ”김치는 소금절임에서 1차발효가 일어나고 양념을 넣은 후에 2차 발효를 하면서 양질의 유산균이 나온다"며 "그 때 방울 터지는 소리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치에 있는 유산균이 생성과 소멸 과정을 반복하면서 김치를 익게 하고 풍미를 더해준다고 덧붙였다. 김치는 지방마다,가정마다 또 재료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달라 김치종류는 200~1000가지로 분류.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