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대통령과 함께 지난달 평양방문 일정을 소화한 재계 총수들은 북한측의 환대도 받았지만 기자의 눈에는 낯선 장면도 여러 있었다.
먼저 북한의 리용남 내각 부총리의 영접 태도다. 북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인 만큼 재계인사를 만나는 것은 자연스런 일정이다. 하지만 우리 ‘재계의 얼굴’을 모조리 한자리에서 불러 모은 장면은 영 어색하다. 권위적인 정부 시절을 빼놓곤 우리나라 경제부총리조차 재계의 주요 인사들은 줄 세우듯 만나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더욱이 북한에서 내각부총리는 우리나라 경제부총리만큼의 무게감도 없다. 당과 군에 밀려 서열이 떨어진다. 또 재계 총수들이 돌아가면서 보고(?)하듯이 소감을 전하는 모습은 더욱 이상했다. 리 부총리가 마치 선심이나 쓰듯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꼭 오시라고 했다”며 “통일을 위해 유명인사가 되달라”는 알듯 모를듯한 주문을 했다. 재계인사에게 정치이야기를 했다. 연목구어의 행태다.
그런데 29일 국감장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가 방북 재계인사들에게 언급한 내용이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평양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있는 재계 주요인사들에게 “아니,냉면이 목구멍에 넘어갑니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진석 자유한국당의원의 지적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 달라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며 “문제는 있다고 봤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런데 이미 그같은 태도를 알아차린 통일부가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북측에 꼬집을 것은 꼬집고 비공식적인 사과라도 받아 놓고 이날 그런 지적이 나왔을 때 답변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방북일정에 재계총수가 그냥 들러리로 간 것이 아니다. 촌음을 아껴 비즈니스를 하는 총수들로선 맘먹고 시간을 낸 것인데 실속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면박이나 들으려고 북한에 간 것이 아니다. 우리 정부도 방북 모양새에 치우친 나머지 재계 총수의 방북을 종용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이코노텔링 데스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