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8%에서 2.2%로 내렸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갈등의 영향 등에 따른 경기하방 리스크 확대가 반영됐다.
IMF는 15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글로벌 제조업 위축, 미중 무역갈등, 지정학적 긴장 등을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 때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6%포인트 낮췄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4%로 0.2%포인트 하향조정했다. 내년 성장률은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등 신흥국의 회복 전망에 힘입어 올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이나 한일간 엄격한 수출절차,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무역과 공급망의 혼란, 위험회피 심리 심화, 금융 취약성 누적, 지정학적 긴장, 디스인플레이션 압력 등 경기하방 리스크가 고조된 점을 고려할 때 내년 성장세가 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IMF는 덧붙였다.
IMF는 매년 4월과 10월 연간 2차례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고, 1월과 7월에는 수정 보고서에서 주요국 중심으로 성장전망치를 조정한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수정 보고서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IMF는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종전대로 유지했었다. 이는 추가경정예산 투입 등을 통한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IMF는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파급효과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선진국들이 성장률 하향조정폭이 가장 큰 곳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IMF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폭(-0.6%포인트)은 홍콩(-2.4%포인트)이나 싱가포르(-1.8%포인트), 사우디아라비아(-1.6%포인트), 인도·브라질·멕시코(-1.2%포인트)보다는 작지만, 독일(-0.3%포인트)이나 프랑스·일본(-0.1%포인트)보다는 크다.
내년 하향 조정폭(-0.6%포인트)도 홍콩(-1.5%포인트)이나 싱가포르(-1.4%포인트)보다는 작지만, 중국(-0.3%포인트)이나 인도·브라질(-0.5%포인트)보다는 크다.
IMF는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일본과 한국이 서로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무역정책의 불확실성과 장벽이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이런 규제는 제한적 영향을 미쳤지만, 한일 간 긴장이 고조되면 한국과 일본 경제 모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IMF는 지적했다. 이는 이 지역의 기술산업 공급체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IMF는 덧붙였다.
IMF의 한국 경제 성장률 하향조정은 주요 경제전망기관과 궤를 같이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 정부는 2.6∼2.7%에서 2.4∼2.5%로 내렸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41개 경제전망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달 2.0%에서 이번 달 1.9%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