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두한 정 회장이"검사도 분양받아" 실토하자 집으로 돌려 보내
한국도시개발 정몽구 사장이 10개월간 감옥서 고생 하는 걸로 마무리

1991년 남양연구소 준공식에 정 회장이 왔다. 자신이 애정을 갖고 지은 연구소인 만큼 구석구석 꼼꼼히 둘러보더니 지나가는 말처럼 툭 던졌다.
"잘했구먼." 정 회장 최고의 칭찬이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정 회장의 땅에 대한 선견지명으로 탄생했다. 강남 개발이 이뤄지기 전인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강 이남 강변은 거의 모래밭이었다. 현대아파트가 있는 부지는 현대 건설이 매립한 땅이었다.
마침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압구정동 땅에 관심이 있었다. 서울 캠퍼스가 필요했던 한 지방 대학에서 육 여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모양이었다. 대학 관계자와 함께 압구정동 땅을 둘러본 육 여사가 땅이 좁아서 안 되겠다고 했다. 새 캠퍼스를 지으려면 10만 평 정도가 필요한데 압구정동 매립지는 3만 평이었다.

이 말을 들은 정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 "대학 캠퍼스를 짓기에 좁은 땅이라면 여기에 아파트를 짓자. 앞으로는 아파트가 대세가 될 거야. 땅도 좁은데 위로 올려야지."
이명박 회장이 이 매립지를 아파트 용지로 형질 변경하는 '어려운 일'을 마친 끝에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78년에 압구정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이 터졌다. 사회 주요 인사들이 알음알음으로 일반 분양분을 가로챘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당시 현대아파트는 화제였다.
중앙일보에서도 편집국 간부 세 명이 특혜 분양을 받아 곤욕을 치렀다. 두 명은 시말서를 쓰고 끝냈으나 한 명은 결국 회사를 떠나야 했다.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특혜 분양 사건에 대처하는 정 회장의 방식 또한 화제가 됐다. 사건을 조사하던 검찰이 정 회장에게 출두 명령서를 보냈다. 그룹 간부들은 모두 정 회장이 직접 검찰에 가서 조사받는 것을 강력하게 말렸다.
하지만, 정 회장은 배짱 좋게 직접 출두해서 조사를 받았다. 정 회장은 수사 검사 앞에서 "모든 게 사실이다. 특혜 분양을 인정한다"라면서 "그런데 검찰청에서도 모 부장 검사 등 분양받은 사람이 많다"라고 말했다. 깜짝 놀란 담당 검사가 즉시 조사를 멈추더니 정 회장을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당시 한국도시개발(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었던 2남 몽구 회장이 10개월간 감옥에서 고생하는 걸로 마무리됐다. 정주영 회장이 나중에 현대자동차를 몽구 회장에게 넘겨준 이유 중 하나가 이때 아무 불평 없이 고생을 감당한 대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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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민우 편집고문■ 경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대한일보와 합동 통신사를 거쳐 중앙일보 체육부장, 부국장을 역임했다. 1984년 LA 올림픽, 86 서울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90 베이징아시안게임, 92 바르셀로나올림픽, 96 애틀랜타올림픽 등을 취재했다. 체육기자 생활을 끝낸 뒤에도 삼성 스포츠단 상무와 명지대 체육부장 등 계속 체육계에서 일했다. 고려대 체육언론인회 회장과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