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 17:50 (월)
[김성희의 역사갈피] '덩크' 유래는 비스킷서 나왔다
[김성희의 역사갈피] '덩크' 유래는 비스킷서 나왔다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5.07.07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36년 3월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농구경기에서 처음 선보여
英해군 군량인 딱딱한 비스킷을 맥주 등의 음료에 적셔 먹었고 이를 '덩크'라 불러
농구팬들이 열광하는 덩크(dunk)는 바삭바삭한 과자 비스킷에서 유래되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의도치 않은 지식(?)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역사책을 읽다가 가슴에 와 닿는 명언을 접하는 경우가 그렇다.

『웃기려고 한 과학 아닙니다』(이창욱 지음, 어크로스)에서 그런 재미를 맛봤다.

이 책은 조금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과학책이다. 하버드대학교의 유머 과학잡지가 주관해서 '쓸데없어 보이는 과학'에 관한 연구를 골라 시상하는 이그노벨상을 받은 '과학적' 연구들에 얽힌 이야기를 다뤘으니 분명히 그렇다.

한데 다소 엉뚱하면서도 이야기가 풍성한 이 책을 읽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는 호사를 누렸다.

스포츠에 어지간히 관심이 있는 이라면 농구에서 쓰이는 '덩크 슛'을 알 터이다. 골대보다 높이 뛰어올라 공을 림이 부서져라 내려꽂는 호쾌한 슛 말이다. 그런데 농구팬들이 열광하는 이 덩크(dunk)가 바삭바삭한 과자 비스킷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이 믿어지는지?

책에 따르면, 덩크는 1936년 3월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농구경기에서 처음 선보였다. 맥퍼슨 글로브 리파이너스 팀의 조 포텐베리가 가공할 만한 점프력으로 림 위에서 아래로 넣는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당연히 당시에는 이런 기술에 관한 용어조차 없을 때였는데 뉴욕타임스의 스포츠 기자 아서 데일리가 "커피에 롤빵을 덩크하는 카페테리아 손님처럼 공을 후프로 던졌다"고 묘사하면서 '덩크'란 이름이 붙었다.

여기서 비스킷이 나온다. 덩크란 원래 '담그다'란 뜻의 독일어 방언 'dunke'에서 온 말인데, 이는 영국인들이 비스킷을 차에 담가 먹는 관습에서 쓰였다. 한데 영국인들의 이런 식습관에는 자못 안타까운 사연이 있단다. 16세기 이후 제국주의의 첨병이었던 영국 해군은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는데 이때 군량으로 쓰인 '하드택(hardtack)'이란 비스킷은 부풀리지 않은 밀가루 반죽을 그대로 구워 만들어진 것이었다. 장기간 항해에 버틸 수 있도록 잘 상하지 않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였는데 문제는 이 비스킷이 너무 딱딱해 그대로 먹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말하자면 이로 씹기 어려운 것은 물론 벌레도 뚫고 들어가지 못할 만큼, 벽돌 같은 '건빵'이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수병들은 이 비스킷을 맥주 등의 음료에 적셔 먹을 수밖에 없었으니 이를 '덩크'라 했고, 19세기에 이르면 영국의 애프터눈 티에서 비스킷을 차에 적셔 머시는 식습관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대영제국이 전 세계의 전범이 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커피에 생강비스킷을, 미국에선 오레오를 우유에 적셔 먹는 것 등이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농구 경기에 등장하는 덩크 슛은 비록 다른 2점 슛과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당하는 팀의 사기를 꺾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손쓸 수 없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덩크가 주는 위압감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전 세계 5대양 6대주를 호령하던 영국 해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