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30조5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19일 발표했다. 전 국민에게 소득에 따라 15만~50만원의 소비쿠폰을 차등 지급하고, 정부 재원으로 장기간 소액 연체된 113만명의 빚 16조원을 탕감해준다.
정부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경기 진작과 민생 회복에 초점을 맞춘 추경안을 의결했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10조3000억원 규모 예산을 포함한 세출 추경이 20조2000억원이고, 3년 연속 세수 결손 가능성을 감안해 올해 국세 수입 전망치를 낮추는 '세입 경정 추경'이 10조3000억원 규모다.
지난달 1일 국회를 통과한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 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추경이자 새 정부 출범 이후 보름 만에 마련된 첫 추경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총지출은 기존 본예산 673조3000억원에서 702조원으로 불어나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우선 소득에 따라 전 국민에게 15만~50만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전 국민 대상 지원금 지급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이다.
소비쿠폰은 1차로 전 국민에게 15만원을 일괄 지급한다. 취약계층인 차상위계층(38만명)에는 15만원을 더한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271만명)에는 25만원을 추가한 40만원을 지급한다. 농어촌 인구소멸지역에 사는 411만명에게는 1인당 2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2차에선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민에게 1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이로써 소득 상위 10%를 뺀 대다수(4296만명)는 1인당 25만원을 받는다. 인구소멸 지역의 기초생활수급자는 52만원까지 받는다.
정부는 잠정 4개월 내에 소비쿠폰을 쓰지 않을 경우 쿠폰이 소멸되는 방침을 세웠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소비촉진 효과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기존 21조원에서 역대 최대인 29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지역화폐 할인율도 기존 7~10%에서 최대 15%까지 늘리고 지역별로 차등을 둔다.
정부는 빚을 갚지 못해 이자에 허덕이는 취약 차주를 위해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로 연체된 113만명의 16조원 규모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장기연체 채권 매입·소각은 2017년 박근혜 정부 이후 8년 만인데, 정부 재원을 직접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출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 대상자도 확대한다.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는 사업에도 2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주택 1만호를 향후 3년간 매입하고, 철도·항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도 속도를 높인다.
정부는 10조3000억원 규모의 세입경정도 실시한다. 이에 따라 국세수입 예산안이 기존 382조4000천억원에서 372조1000억원으로 감액 수정된다. 세입감액 경정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2년간 세수펑크에 기금 여윳돈과 불용(不用) 등 우회 카드를 선택한 데 비해 이번에는 세입추경을 통한 추가 국채 발행이라는 정공법으로 대응한다.
총 30조5000억원의 세출·세입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9조8000억원어치 국채가 추가 발행된다. 이밖에 지출 구조조정으로 5조3000억원, 기금 가용재원으로 2조5000억원,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조정으로 3조원을 각각 마련한다.
추경 재원을 주로 국채 발행에 의존함에 따라 재정지표는 그만큼 악화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3조9000억원에서 110조4000억원으로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4.2%로 높아진다.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를 포괄한 국가채무는 1300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9.0%로 50%에 근접하게 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년 새 1.6%포인트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