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東)과 서(西)의 교역 통로였던 실크로드는 인류문명의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길'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소통시키고 협력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후세에 사는 우리들은 실크로드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금의 고속도로 생각하듯이 하겠지만 실은 그리 단순하게 경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길인지 아닌지 헷갈릴 수도 있고, 평탄한 길이 닦여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험한 산길을 돌아가기도 하고, 끝없는 사막길이 이어지기도 하고, 날씨가 변하면 보이던 길이 없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또 실크로드는 천 년 이상의 긴 시간을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수없는 시행착오와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희생이 그 길 밑에 깔려 있는 것이지요.
현대를 살아가는 경영자들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태풍이 지나간 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밀려왔지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새로운 게임의 룰을 익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요즘 국제 정세와 통상의 불안정성이 증폭되면서 혼란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경영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떤 길이 맞는 길인지, 과연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거지요.
수많은 도전을 이어왔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성공하는 기업과 개인은 실험을 많이 하는 자들이다. 실험을 많이 하면 당연히 실패도 많이 하게 된다. 실패율을 낮추려면 실험을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험을 그만두는 순간 혁신도 멈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혹시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맞는 건지 틀리는 건지 헷갈리신다면, 또 너무 험난하고 힘들어서 도전을 포기하고 싶으시다면 실크로드는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그래도 계속 가야 하는 이유는 창조 정신과 파이오니어 스피릿이 궁극적으로 길을 만들어왔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의 창(創)의 한자어를 보면 창고(倉)에 칼(刀)을 들이대는 형상입니다. 즉, 곳간을 부수는 자기희생이 없이 창조는 불가능한 것이지요. 씨앗이 그대로 있으면 볼품없는 씨앗으로 남아 있겠지만 썩는 과정을 거치면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지 않나요?
부드럽지 않음이 부드러움을 만드는 것, 이것이 변화의 원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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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