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고율 관세 부과 예고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제 금 가격이 치솟자 국내 은행에서 판매하는 골드바와 골드뱅킹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2월 1~13일 골드바 판매액은 총 406억345만원으로 집계됐다. 1월 같은 기간 판매액(135억4867만원)의 3배, 지난해 2월 같은 기간 판매액(20억1823만원)의 20배에 이른다.
5대 은행의 하루 평균 골드바 판매액은 2월 3일만 해도 20억원 수준이었다. 5일 40억원에 육박했고, 7일 5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골드바 주요 공급처인 한국조폐공사가 은행들에 골드바 공급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진 12일 이후 판매액은 더 늘었다.
5대 은행 판매액은 11일 49억8007만원에서 12일 57억4101만원, 13일에는 108억3217만원으로 급증했다. KB국민은행이 12일부터 골드바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판매액이 11일 대비 두 배 정도 늘었다.
골드바 100g짜리 1개 가격은 약 1500만원, 1kg짜리 1개 가격은 약 1억6000만원이다. 13일 하루 약 250kg의 실물 금이 은행들에서 팔려나간 셈이다.
골드바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골드뱅킹 등대체상품에도 자금이 몰렸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13일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896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나·NH농협은행은 골드뱅킹을 취급하지 않는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해 말 7822억원에서 올해 1월말 8353억원으로 6.8% 증가한 데 이어 2월 들어 13일까지 다시 7.4% 늘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로 내려간 상황에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금 통장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금 대신 은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은 가격은 이후 옆걸음을 걷다가 최근 금 가격 상승과 함께 오르는 추세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2월 1~13일 실버바 판매액은 5억2889만원으로 1월 같은 기간 판매액(3422만원)의 15배를 넘겼다. 13일 하루에만 2월 판매액의 76.4%인 4억329만원어치가 팔렸다. 하나은행은 실버바를 취급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