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전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 하루 만에 '한미일 AI 동맹'에 나서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시동을 걸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사옥에서 방한 중인 올트먼 CEO, 손정의 회장과 만나 2시간에 걸쳐 AI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은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오라클과 함께 추진하는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1일 오픈AI와 소프트뱅크는 오라클과 함께 AI 합작사를 만들고 향후 4년간 5000억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 AI 모델을 내놓아 업계에 충격을 안긴 만큼 강력한 AI 생태계를 구축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3사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3일 밤 한국을 찾은 올트먼 CEO에 이어 손 회장은 4일 오전 방한했다. 회동에 앞서 "삼성과의 잠재적 협력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밝힌 손 회장은 회동 이후 취재진과 만나 "좋은 논의였다"며 3사간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손 회장은 "우리의 (스타게이트) 업데이트와 모바일 전략, AI 전략에 대해 얘기했다"고 전했다. 삼성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합류 여부에 대해선 "(삼성과) 더 논의할 것이고, 좋은 논의를 했다"고 답했다.
3자 회동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는 삼성전자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 등에 대한 기대감이 거론됐다. 올트먼 CEO는 회동에 앞서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타게이트는 공급망에 많은 기업이 참여해야 가능한 프로젝트"라며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추가 논의를 통해 삼성전자가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합류하면 AI 반도체 시장 내 입지도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AI 시대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생산하는 데다 오픈AI가 자체 AI 모델을 실행하기 위해 개발 중인 맞춤형 칩을 생산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하고 있다.
올트먼 CEO는 지난해 1월 방한 당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경계현 당시 DS 부문장(사장)을 비롯한 사업부장들과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