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12월 소비심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악화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만에 최저치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 기대심리가 장기 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11월과 비교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현재경기판단(52·-18p)이 급락했다. 2020년 3월(-28p)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향후경기전망(56·-18p)도 2022년 7월(-19p)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87·-4p), 생활형편전망(86·-8p), 가계수입전망(94·-6p), 소비지출전망(102·-7p)도 동반 하락했다.
한은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으로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는데,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가 지수 하락 요인으로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12월 10~17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1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3으로 11월(109)보다 6p 하락했다.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 둔화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9월 119로 2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석 달 연속 하락했다.
한은이 10월, 11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금리수준전망지수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11월 93에서 12월 98로 되레 5p 상승했다.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보다 0.1%p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유지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공공요금 인상이 우려되면서 물가 전망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