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3:50 (화)
[영화로 쓰는 세게경제위기사]왓 위민 원트' ③ 과잉생산 존재할까?
[영화로 쓰는 세게경제위기사]왓 위민 원트' ③ 과잉생산 존재할까?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4.10.1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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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제학자 "공급이 수요 창출하고 시장 간여 없는 한 수요와 공급은 균형"
마르크스는 과잉 생산이 '자본주의 필연적 결과'이며 '자본주의 붕괴 원인' 주장

언론에 '과잉생산'이란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하지만 생각할 게 많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과잉생산이란 없다"는 '존재 불가론'에서 "자본주의는 궁극적으로 과잉생산으로 망한다"는 '과잉생산 필망론(必亡論)' 등 극단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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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과잉생산(overproduction)'이란 말이 흔하게 쓰인다. 유행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용어는 주로 중국의 저가 공세를 가리키는 비판적 의미로 쓰였다.

전기자동차에서 테무(Temu) 등 초저가 중심의 온라인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세계에 준 충격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쓰임새가 커졌다. 중국과 관련 없는 다양한 부문에서도 이 용어가 널리 쓰인다. 그만큼 과잉생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일까?

의류를 보자. '일회용'을 표방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흐름으로 의류의 생산과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트렌드가 환경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논의는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반도체의 과잉생산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졌다거나 국내 쌀 생산 역시 과잉 상태라며 걱정의 소리도 크다. 그뿐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와인의 과잉생산이 우려된다며 일부 포도나무를 뽑아버려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 초기 고전경제학 … "과잉생산은 없다"

세계 곳곳에서 과잉 생산된 옷이 아프리카에 만든 옷 쓰레기 산.자료=UCLA
세계 곳곳에서 과잉 생산된 옷이 아프리카에 만든 옷 쓰레기 산.자료=UCLA

'과잉생산'이란 이 용어를 이처럼 일상용어처럼 막 써도 되는 것일까? 모든 용법에서 동일한 의미로 쓰이는 것일까? 좋다. 과잉생산 현상이 있다 치자. 그럼 생산 측면의 '과잉' 부문을 해소해야 하는 것일까? 소비를 늘려도 되는 것 아닐까? 와인이 과잉생산이라면 포도나무를 뽑아 없애는 대신 세계 소비자들의 와인 소비를 늘리면 되는 것 아닐까? 쌀도 그렇다. 소비를 늘리면 '과잉생산'의 고민은 사라질 것이다.

'과잉생산'의 개념과 해법은 알쏭달쏭하다. 맥락을 보면 써도 될 것 같고 써서는 안 될 것 같은 상황이 많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그 뜻부터 알아보자.

'과잉생산'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소비에 대해 생산 또는 자본 설비가 과다한 경제 상황"이나 "생산과 소비, 또는 자본 설비와 소비 사이에 균형이 깨진 상태"를 가리킨다. 이때의 '과잉'이란, 총수요, 즉 사회 구성원 전체의 수요에 대한 것이 아닌, 유효 수요, 즉 사회 구성원이 '돈을 주고 구매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모든 소비 욕구를 넘어서는 과잉생산'이란 있을 수 없으며, 또한 과잉생산 상황에서도 기아와 빈곤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개념 규정에서 생각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일시적'이냐 '지속적'이냐에 대한 것이다. '과잉설비'라는 단어에 주목해 보자. 말 그대로 기업의 생산 설비가 시장 수요에 비해 많다는 얘기다. '설비'는 '재고' 보다 지속성이 강하다. 시장의 구조나 업종의 특성, 경기순환 등에서 비롯되는 자연적ㆍ일시적 초과 생산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과잉생산이란 결국 정상적 경기 국면이나 호황기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고질적이며 구조적인 현상으로 규정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이 과잉생산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취급된다. 생산 능력의 지속적인 향상이나 상품의 범람은, 직접적으로는 기업, 나아가 국가와 세계경제 전반을 위협한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면서 세계경제의 과잉생산 현상이 더욱 깊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적지 않은 학자들은 2007년 터진 금융위기나 2010년의 유럽의 재정위기 등도 이 과잉생산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초기 고전경제학에서는, 전반적인 과잉생산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시적ㆍ부분적 과잉생산만 있다고 했다. 18세기 말,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며 시장에 대한 간여가 없다면 수요와 공급은 균형을 이룬다"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장 밥티스트 세이(Jean Baptiste Say)의 주장이 정론(正論)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공급에 의한 수요 창출론'의 요지는 간단하다. 인간의 소비 욕망은 무한하고, 생산에 드는 경비는 누군가의 소득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 마르크스 … "과잉생산은 자본주의의 필연"

마르크스는 “과잉생산은 자본주의 필연”이라 본다./자료=Wikipedia.
마르크스는 "과잉생산은 자본주의 필연"이라 본다./자료=Wikipedia.

'수요-공급-가격'의 결정 과정에 대한 이론 역시 일반적인 과잉생산의 의미를 무력화시킨다. 이제는 누구나 안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 공급측은 가격을 낮추게 되며 이로써 더 많은 소비가 이뤄지고 또한 이로써 수요와 공급은 다시 균형을 맞추게 된다는 것이다. 고전경제학의 가장 널리 알려진 이 '수요-공급-가격'의 원리는 현재 가장 많이 읽히는 경제학 교과서인 맨큐의 경제학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그럼에도 세이의 주장은 이후 적잖은 공격을 받았다.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는 일찌감치 이 주장에 대해 반기(反旗)를 들었다. 특히 그는 '개인 차원에서의 저축'과 '기업 차원에서의 축적'에 관심을 가졌다. 즉, 개인 차원의 '과잉 저축'과 기업 차원의 '과잉 축적'이 얼마든지 소비, 즉 유효 수요의 감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그는 자유무역의 범람이 '필요 이상의 상품 수입'으로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를 통해 그는 자본주의의 '불황'을 설명한다. '유효수요의 부족 ➨ 과잉생산 ➨ 불황'이라는 공식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유효수요론'의 원리도 여기에 뿌리를 둔다. 이로써 케인스의 공헌은, 불황의 '원인 제시'보다는 그 '처방'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즉, 불황을 극복하려면 유효수요의 창출이 필요하고, 정부가 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주장은 대공황을 극복하려는 미국이나 영국 등 정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고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의 명분을 줬다.

그러나 세이와 이를 비판한 맬서스, 그리고 케인스의 이론 모두는, 비록 적잖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지만, 하나의 범주로 묶인다. '고전경제학' 또는 '자유주의 경제학', 또는 '자본주의 경제학'이란 범주다. 다소의 논란이 있기는 해도, 맬서스나 케인스 모두 시장경제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들의 결론은 한결 같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불황은 없거나 있어도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잉생산과 관련된 논의가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잉생산 현상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학자도 있다. 그의 영향력은 앞서 말한 수다(數多)한 경제학자 모두보다 클 수도 있다. 그 학자, 바로 칼 마르크스(Karl Marx)다. 그의 과잉생산론에 대한 후학들의 견해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마르크스가 과잉생산이 '자본주의 체제의 필연적 결과'이며 '자본주의 붕괴의 핵심 원인'으로 본다는 데에는 별 반론이 없다.

그럼에도 마르크스 후학들은 자본주의 붕괴에 대한 또 하나의 현상을 제시한다. '과소소비(Under Consumption)'다. 고전경제학자들이 '과잉생산'을 '과소소비'의 결과로 본 반면 마르크스경제학에서는 이 둘을 달리 본다. '과잉생산'이 기업 간 경쟁의 결과인 반면 '과소소비'는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과잉착취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후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의 '위기'를 연구하며 '과잉생산'과 '과소소비'에 대한 대단한 연구 성과를 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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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대기자 ❙ 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 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 ❙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 ❙ 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 ❙ 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식민과 제국의 길』『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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