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를 크게 완화하기로 했다.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포인트 낮추고, 자녀공제를 1인당 5000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높이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2024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14일간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세법개정안은 향후 5년에 걸쳐 약 4조4000억원의 세수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올해 국세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실적 호조, 투자촉진 등의 정책효과가 나타나면 전반적 세수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수감소의 대부분이 상속·증여세라는 점에서 국회 심사 과정에서 '부자감세'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쟁점은 상속세 개편이다. 상속세 세율을 현재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30억원 초과 50%인 것을 ▲2억원 이하 10% ▲2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원 초과 40%로 조정하기로 했다.
세율 10% 과표 구간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고 '30억원 초과 세율 50%' 구간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최대주주에 붙는 20% 할증도 폐지한다. 이렇게 하면 거액을 상속 받는 대기업 총수 등의 상속세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공제에서는 자녀공제를 현행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높이기로 했다. 배우자공제 5억~30억원(법정 상속지분 한도), 일괄공제 5억원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가령 상속재산 25억원에 배우자 1명, 자녀 2명이라면 기존에는 배우자공제와 별도로 일괄공제 5억원만 받았는데 앞으로는 자녀공제 10억원 및 기초공제 2억원까지 12억원 공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제액이 7억원 늘면서 상속세는 2억7000만원(배우자공제 5억원 기준) 줄어든다. 17억원 이하 상속재산까지 상속세가 '0원'이 된다.
정부가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를 중심으로 검토해온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은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당초 종부세 추가 완화를 유력 검토했는데,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보류했다.
당초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는 2027년으로 2년 유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과세체계 및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두 차례 유예된 것을 한 번 더 미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