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 행동에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누구도 방울 달지 않아
만일 특허제도가 없었다면 우리 생활에 필요한 기술 개발되지 않을 수 있어
어느날 헛간에서 쥐들의 회의가 열렸습니다. 고양이한테 당하는 피해가 너무 커 대책 마련을 위해서였습니다. "이젠 더이상 안 되겠어. 고양이 때문에 마음놓고 살 수가 있어야지." "그래 맞아. 어제 내 친구가 뒤뜰에서 놀다가 고양이한테 또 당했어.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 고양이 밥이 되고 말거야. 빨리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해.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무슨 일이든지 나서기 좋아하는 쥐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고양이가 나타나면 날쌔게 도망칠 수 있도록 매일 달리기 연습을 하는 건 어떨까?" "그건 말도 안돼. 우리가 아무리 빨리 달려봤자 고양이는 한걸음에 따라 잡을 걸?" "그럼, 우리가 호랑이 탈을 쓰고 다니는 거야. 그러면 고양이가 놀라서 도망가지 않을까?" "..."
쥐들은 저마다 고양이를 물리칠 방업을 얘기했지만 그다지 좋은 의견이 나오지 않았어요. 한참 후에 꾀가 많은 쥐가 자신있게 말했어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거야. 그럼 고양이가 나타날 때마다 방울이 딸랑딸랑 울리겠지? 그 소리를 듣고 미리 도망치면 고양이한테 잡아 먹히는 일은 없지 않겠어?"
"이야, 그거 정말 멋진 생각인데!" "역시 넌 꾀돌이야."
쥐들은 이제 고양이한테 당하는 괴로움도 끝이라는 생각에 모두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요. 그때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늙은 쥐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생각이구나. 그런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환호성을 지르던 쥐들은 입을 다문 채 서로 눈치만 살폈어요. 목숨을 걸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는 쥐는 한 마리도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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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의 숙명 무임승차 문제='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란 말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막상 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가리킵니다.
또 한편으로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는 경우에도 이 말을 씁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 걸을 해놓으면 공짜로 이용해야지'라든가 '남들이 거저 이용하게 될 테니까 내가 먼저 하지는 않을 거야'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합니다.
경제학은 사람들이 합리적이지만 이기적으로 행동하려 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차비를 내지 않고 자동차를 얻어 타는 것처럼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혜택만 보려는 '무임승차'도 이런 행동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우화에서 목숨 걸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봤자 남들도 공짜 혜택을 본다는 생각 때문에 어느 쥐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자칫하면 고양이에게 잡혀 목숨을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목숨을 건 행동에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실행에 옮겨지지 않은 채 사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생활에서 무임승차 문제가 생길 법 한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밤에는 무섭고 위험하기까지 한 어두운 골목길에 여러 집이 모여 있습니다. 가로등이 있으면 모두가 편리할 텐데도 아무도 가로등을 설치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들은 가로등 설치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다른 사람의 편의를 위해 괜히 스스로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각 집마다 비용을 분담해 내지 않는다면 가로등 설치는 물 건너가 골목길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불안에 떨며 살아가야 합니다.
이처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무언가를 이용하는 경우 무임승차 문제가 생깁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가로등을 설치하고 각 가구에 세금을 매긴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가로등과 가까운 집은 만족하겠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집은 "똑같은 돈을 내는 데 가로등의 혜택은 별로 받지 못한다"며 불만을 나타낼 것입니다.
가로등과 같이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물건이나 시설을 공공재라고 합니다. 공공재는 개인이 만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만들고 관리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돈이 들어가지 않은 공공재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함부로 사용합니다. 집 앞의 공원과 공중화장실 같은 공공시설을 생각해보세요. 이들 시설을 내 것 만큼 소중히 여기나요? 분명히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죠.
공공재가 가지는 경제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누가 이용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이용 기회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내가 돈을 주고 산 아이스크림은 주인이 있는 사유재라 내가 다 먹으면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없지만 가로등은 그렇지 않죠? 둘째,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의 이용을 제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밤에 가로등 밑을 지나지 못하게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예컨대 무기를 생산하고 군인을 공급하는 국방 서비스를 민간 기업이 제공한다고 가정해 보죠. 이 기업은 막대한 돈을 들여 최신 무기를 구입하고 군인들을 고용한 다음, 보호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국방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겠죠.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주위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받는 한 자신도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구태여 돈을 들여가며 그 서비스를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겁니다. 무임승차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 기업은 국방 서비스 사업을 그만둘 가능성이 큽니다. 공공재의 공급은 강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세금을 내고 젊은 남자는 병역의 의무를 지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사유재의 무임승차 해결사 '특허'= 그럼 사유재는 무임승차 문제에서 자유로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유재에서도 얼마든지 무임승차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칩시다. 그러나 고민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기술을 복제해 사용하면 남 좋은 일만 하는 결과가 되니까요. 그래서 정부는 기술을 발명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기간 기술의 독점적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특허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술을 몰래 이용하면 정부가 벌금을 물리는 등 엄한 벌을 내립니다.
만약 이 제도가 없다면 남이 개발한 기술을 공짜로 이용하려는 무임승차 문제가 생기고 결국 우리 생활에 필요한 기술이 개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작자의 허락 없이 책을 배끼거나 음악을 표절하는 행위도 무임승차에 해당하므로 규제가 따릅니다. 앞의 우화에서 쥐는 일반 사람을, 방울은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는 공공재나 사유재에 각각 비유할 수 있습니다.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처럼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도 제3자가 개입해야 풀릴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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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중앙일보에서 20년 넘게 금융·증권 분야를 취재, 보도하면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의 주제에 관해 기고도 했다. 저서로는 <이솝우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2012 행복설계리포트>, <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