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에 기울어진 부친 사업 이어 받아 살리고 퇴직 사원은 "이렇게 좋은회사서 일해 행복"
초등학교 땐 문제아와 짝꿍 자청하고 육성회비 못내 시험 못 치르는 친구위해 저금통장 깨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감동 스토리가 있다. H전자 K모 여사장님 이야기다. 그녀는 80대 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10여년 전 그녀 어머니가 위암 수술을 받았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어머니 식사를 한 끼도 다른 누구에게 맡기지 않고 손수 준비하여 봉양하고 있다.
수술 후 바깥출입이 어려워지자 그녀는 어머니가 원하는 곳에 언제나 함께 한다. 때문에 어머니 친구들은 모두 그녀의 '이모'이자 친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어머니의 암 수술이후 매월 빠뜨리지 않고 어머니와 단둘이 2박3일 여행을 13년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보다 아름다운 '모녀의 여행'이 있을까. 세상의 어머니라면 누구라도 부러워 할 일이다. 중소기업을 이끌며 사원들 생계를 책임지는 사장의 행보로는 결코 쉽지 않은 모습이다. 존경스럽다.
그렇게 정성을 다하여도 노쇠해가는 어머니의 바깥출입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집안에서 누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기력은 점점 더 쇠해갔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가 기쁜 마음으로 외출도 하고 생기를 찾을 수 있으실까 궁리했다. 마침내 묘안을 떠올렸다. 보석이 장식된 예쁜 신발과 멋진 옷을 마련했다. 이렇게 차리고 외출할 때마다 코트 주머니에 10만원씩을 넣어드리며 격려했다. 어머니의 건강을 간절히 바라는 지극정성이 아닐 수 없다.
회사에서도 이 여사장님은 남달랐다. 34살에 기울어가는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아 이제 건강한 회사로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최근 회사를 떠난 어느 여직원의 마지막 인사가 그 조직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그려준다. 회사를 떠나며, 사장님께 감사했다는 인사와 함께 맛있는 백김치를 담아 들고 왔다.
전 사원들에게 호두과자 한 박스씩을 내놓으며 "이렇게 좋은 회사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울먹였다고 한다. 아무 회사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여 사장님의 심덕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녀는 어릴 때도 남달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었다. 같은 반에 문제가 심각한 남자 아이가 있었다.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였던 것 같다. 끝내 학교가 이 학생을 내보내기로 결정하였다. 바로 그 때 이 여학생이 나섰다. "이 친구를 내보내지 말고 제 짝으로 해 주시면 이 친구를 변화시켜보겠다"고 애원했다.
마침내 학교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신기하게도 그 문제아는 점점 달라져갔다. 선생님도,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던 남학생은 짝꿍 여자아이의 말은 따랐다. 남자 아이는 점점 변화하였고, 무사히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졸업식 날 교장실에서 그 여학생을 불렀다. 가서 보니 '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남자 아이를 바로잡아 졸업할 수 있게 한 데 대한 포상이었다. 그로부터 20여년 후 우연히 두 남녀가 마주하게 되었다. 문제의 남자아이는 준수한 신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 여학생이 중학교에 다닐 때다. 어느 날 중간고사를 치른다며 평소보다 더 일찍 등교한 여학생이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왔다. 어머니가 놀라 물었더니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시험을 보지 못하게 된 같은 반 친구 육성회비를 대신 내주려고 저금통장과 도장을 가지러 왔다"는 것이었다.
중학교 과정이 의무교육이 아닌 당시에는 학교에 '육성회비'를 납부해야 다닐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은 반 학생이 육성회비를 내지 않아 중간고사를 치르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부자들이 다니는 사립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 여학생이 공립 중학교로 진학한 뒤 처음 겪은 놀라움이었다. 지혜로운 어머니가 육성회비 낼 현금을 딸에게 건네며 시험시간에 늦지 않도록 다독였다. 그날 엄마가 빌려준 돈은 시험 치르고 온 딸에게서 돌려받았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었다.
이 평범한 듯 특별한 여성이 앞으로도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살아갈까. 각박해지는 이 사회에서 따스한 사람 내음을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일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마음과 행동이 아름다운 여성 기업인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하다. 5월, 가정의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