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가 끝까지 버티면 회사가 노동법적 대응 수단 마땅치 않아

한국회사는 근로자를 해고하기 매우 어렵다. 미국은 1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회사가"오늘 그만 두시오"하면 고참직원이라도 그날 짐을 싸고 나와야 한다.
독일은 입사 후 6개월 내, 영국은 2년 내에는 회사가 근로자를 자유로이 해고할 수 있다. 한국은 근로기준법 23조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단 하루만 근무해도 해고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회사는 주로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직을 권유해보기도 하지만, 근로자가 불응하면 그만이다.
퇴직을 강요할 수 없고, 근로자가 설사 사직서를 제출해도 그 과정에서 회사의 무리한 강요가 있었음이 증명된다면, 사직서의 효력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최근 법원의 판결 추세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회사가 마지막으로 택하는 수단이 직원의 직무를 뺐는 "대기발령"이다. 간혹, 금전비리를 저지르거나 회사질서를 문란시킨 직원에 대해 징계 전 준비 절차로 대기발령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명예퇴직을 권고했는데도 불응하거나, 해당 직원에 대한 평판이 나빠서 모든 부서가 "그 직원을 우리 팀에서 절대 받을 수 없다"고 했을 경우 대기발령을 내린다.
결국, 대기발령은 회사가 "당신의 직무를 박탈할 정도로 존재 가치가 없으니 회사에서 나가주시오"라고 직원에게 던지는 무언의 최후통첩이다. 대기발령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2회에 걸쳐 알아본다.
첫째, 대기발령은 마음대로 회사가 내릴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대기발령은 회사의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면, 폭넓게 낼 수 있으며, 대기발령 사유를 근로자에게 알릴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D그룹처럼 일부 회사는 취업규칙에 대기발령 사유를 "업무능력부족", "비리행위를 저질렀을 때"등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일부러 그런 제한 규정을 두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대기발령을 내고 있다.
둘째, 대기발령처이다. 회사가 대기발령을 낼 때는 보통 "(소속)본부대기", "인사팀대기", "자택대기"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본부대기나 인사팀대기는 출근의무는 부과하되 근무를 하지 않게 하여 자괴감과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겪어보라는 압력이고, 자택대기는 출근의무조차 부과하지 않고 심적 압박을 더 가하려 하거나, 직원의 금전비리 등이 확인되어 아예 업무에의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한다.
간혹, 명예퇴직 거부자가 많아 이들을 모두 회사에 출근시키기에는 공간이 부족할 때도 자택대기 발령을 낸다. 이때는 근로기준법상 휴업명령과 사실상 같다.
셋째, 대기발령 기간이다. 발령 시 대기발령사유를 명기하지 않듯, 대개 회사는 대기발령 기간을 명시하지 않는다. 기약도 없이 업무로부터 근로자를 배제하는 셈인데, 이것도 회사가 근로자를 압박하기 위해서이다. 회사가 대기발령을 유지할 수 기간은 얼마일까? 이 문제는 뚜렷하지 않다. 사안마다 전부 다르게 판단한다. 특히 대기발령 중 얼마나 삭감된 급여를 받았는지도 대기발령 기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회사는 대개 대기발령 후 3월 내에는 자진사직을 유도한다는 내부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뜻대로 안되어 더 길어지는 경우도 많다. 고용노동부는 대기발령 기간 중 법정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한다면 대기발령 기간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대기발령은 양날의 칼이다. 직원의 퇴직을 유도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 기간 일을 하지 않는 직원인건비도 계속 지출될 뿐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직원이 대기발령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버티면 이후 회사가 쓸 노동법적 수단이 거의 없다. 따라서, 대기발령은 함부로 써서는 안 될 "양날의 칼"이다.
---------------------------------------------------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