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 팔리던 원단을 도안한 사람 찾아내 1년간 기다리며 영입에 공 들여

최종건은 창업 초기 공장이 재건되고 규모 있게 가동되면서 회사의 진용을 제대로 갖취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임 있게 업무를 이끌어나갈 인재를 적재적소에 두고자 한 것이다.
최종건은 공장 관리사로 다른 직물 공장에서 공장장으로 있던 직물업계의 중진 김영환을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선경직물보다 훨씬 큰 회사에서 근무하는 김영환을 영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최종건은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 번이나 김영환을 찾아가 함께할 것을 권했다. 결국 김영환의 마음을 돌린 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최종건의 말 한마디였다.
"쓸 만한 직기를 고철로 버리는 회사가 사람인들 그대로 놔두겠습니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직기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사람을 더욱 사랑합니다."

닭표 안감의 히트 이후 겉감 판매가 부진하자 최종건은 현장 답사를 통해 디자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세련된 원단을 도안할 인재의 영입이 절실했다.
"이 세상에서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기업을 일으키는 것도 사람이고, 그것을 키워서 많은 이득을 창출하는 것도 사람이다. 궁극적으로 생각할 때 모든 일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길이 미친다."
그는 곧바로 당시 가장 잘 팔리던 원단을 도안한 사람을 수소문했다. 동대문 최고의 도매상에서 알려준 인기 원단을 도안한 사람은 조용광이라는 젊은이였다.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를 나와 프리랜서로 원단 도인을 하고 있었던 조용광은 최종건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미 받아 놓은 일만 1년 치라 당상 움직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최종건은 1년을 기다린 끝에 조용광을 영입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을 초빙해도 될 일이었지만 그는 결코 그러지 않았다.
인재를 보는 탁월한 안목을 가졌던 그의 눈에 조용광만한 디자이너에서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최종건은 조용광의 소개로 그의 동생인 조용민을 먼저 채용했다.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쌓아가며 관계를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1년 후 조용광은 선경직물에 공장장으로 입사했다. 수원의 작은 직물 회사에 올 생각이 없던 그도 자신에게 보내는 최종건의 무한 신뢰에 마음을 잡고 선경직물의 일원이 된 것이다. 이후 조용광은 고정관념을 깨뜨린 참신한 아이디어로 대폭 견직물과 봉황새 이불감 등 선경직물의 연이은 히트 상품을 탄생시킨 주역이 되었다.
최종건은 사업 초기부터 인재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무엇보다 그들을 마음으로 대했다. 그의 뚝심과 진정성은 언제나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고, 그 힘은 선경직물 발전의 발판이 되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