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 급등과 중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 여파로 소비자심리와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동반 급랭하는 등 경기의 '상저하저(上底下低)'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9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7로 8월(103.1)보다 3.4포인트 급랭하며 100 아래로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밑돈 것은 넉 달만이며, 5월(98.0) 이후 가장 낮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모두 하락했다. 특히 현재 경기판단(66, -6p)과 향후 경기전망(74, -6p)이 크게 내렸다. 생활형편 전망(92, -3p), 현재 생활형편(89·-2p), 가계수입 전망(99, -1p), 소비지출 전망(112, -1p)도 하락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만 3포인트 오른 110을 나타냈다. 주택지수는 지난해 11월(61)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뒤 10개월 연속 올랐다. 하지만 주택거래 건수는 늘지 않고 호가만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어두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6일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0.6로 조사됐다. 10월 BSI 전망치는 9월(96.9)에 비해 6.3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7.1포인트가 떨어졌던 2021년 8월 이후 2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금융업을 제외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중 조사에 응한 37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BSI 전망치는 100보다 높으면 전월보다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며,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제조업(88.1)과 비제조업(93.3)의 BSI 모두 급락했다. 제조업의 경우 비금속 소재·제품만 기준선에 걸쳤고, 나머지 9개 업종은 모두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섬유·의복(57.1), 의약품(83.3), 전자·통신장비(84.2), 석유정제·화학(88.2), 목재·가구 및 종이(88.9), 금속 및 금속제품(89.3),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90.0),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93.8), 식음료 및 담배(94.7) 등의 순으로 BSI 전망치가 낮았다.
비제조업 가운데 전기·가스·수도만 기준선에 걸쳤고, 나머지 6개 업종은 모두 부정적이었다.
여가·숙박 및 외식(76.9), 도소매(92.2), 전문 과학기술 및 사업지원 서비스(92.3), 정보통신(94.1), 건설(95.3), 운수 및 창고(96.2) 순서로 전망이 부정적이었다.
10월 황금연휴에도 여가·숙박 및 외식, 도소매업이 동반 부진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