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가르치는 기존의 공부 방식으로는 거대한 트렌드의 물결을 감당하지 못해
GPT가 5개월 동안 학습한 '데이터'를 인간이 나서 학습하려면 5,000년 정도 걸려
이제 교육은 지식학습이 아니라 지능훈련으로 바꾸고 토론과 협업 능력 가르쳐야

아파트 게시판에 "AI 시대, 우리 아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라는 포스터가 붙었습니다.
모처에서 학부모 특강을 홍보하는 문구였지요. AI가 일으키는 일대 전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부모와 교사들에게는 큰 도전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0여 년 전,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 블루칼라는 일자리를 잃고 화이트칼라가 부상했었습니다. 육체적 노동력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힘보다는 지식이 중요해졌던 거지요. 그런데 지능혁명이 일어나면서 AI를 위시한 지능기계들이 지식으로 무장한 화이트칼라의 존재 이유를 지워가고 있습니다.
이미 AI가 화이트칼라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를 수행하고, 광고 문안과 시안을 만듭니다. 보고서나 회의록을 작성하고 업무를 자동화하는 일은 AI가 훨씬 빠르고 잘합니다. 학습시키고 파인튜닝해서 개인 AI 비서를 만드는 사례들도 늘고 있지요. 곧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게 되겠지요. 로봇의 어원은 체코어의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 '로보타(robota)'입니다.

지식을 가르치는 기존의 공부 방식으로는 거대한 트렌드의 물결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GPT가 5개월 동안 학습한 데이터를 인간이 학습하려면 5,0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AI와 지식 경쟁시키는 건 불도저 앞에서 삽질 가르치는 격이겠지요.
한때 유행했었던 주산 학원 간판을 볼 수 없듯이 지금의 학교나 학원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지능이란 지식이 많은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머신러닝 AI를 학습시킬 때 개발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게 오버피팅(over-fitting) 문제입니다. AI가 훈련 데이터를 너무 과도하게 학습한 나머지 실제 과제를 풀 때는 오히려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지요. 학생에 비유하자면, 연습문제는 잘 푸는데 실제 문제를 풀지 못하고 실생활에 적용하지 못하는 겁니다.
지식과 지능은 다릅니다. 지식의 총합이 지능이 되는 게 아니고, 지식을 융합하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지능(知能)입니다. 이제 교육은 지식학습이 아니라 지능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토론하고 질문하고 협업해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지요. 똑똑하면 오히려 도태됩니다. 자연은 독존이 아니라 공존할 줄 아는 생명체를 선호하기 때문이지요.
---------------------------------------------------

■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