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할때 동료퇴직 유인행위 못하게 각서 받거나 업무방해죄 고소 고려를

중견기업에서는 간혹 직원들이 서로 담합(?)하여 퇴직하는 일이 있다. 꼭 퇴직일이 같은 날짜가 아니더라도 하루 이틀 사이에 연이어 퇴직하기도 한다. 이렇게 직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업무의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물론이려니와 남아있는 직원들의 근무 사기도 크게 떨어지는 심각한 문제가 회사에 발생한다. 이렇게 위험한 집단퇴직을 직원들이 하는 이유와 그 대책을 같이 생각해보자.
먼저 그 이유를 보면,
첫째, 집단퇴직은 그동안 조직 내부에서 줄서기 문화나 파벌싸움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정치게임이 회사 수뇌부들 사이에서 벌어졌을 수도 있고 간부들 사이에 벌어졌을 수도 있는데 권력의 추가 어느 순간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다른 편에 줄을 섰던 직원들이"더 이상 이 회사에서는 미래가 없다"며 집단퇴직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내부 파벌싸움은 웬만해서는 회사 경영진이 미리 포착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둘째, 경쟁기업에서 사람을 빼 갈 경우이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 회사를 살리겠다는 경영진의 마음과는 정반대로 직원들은"언제 그만둘까?"만 생각한다. 이런 상태에서 경쟁기업이 연봉을 올려준다며 스카우트 제안을 하면 쉽게 사직을 한다. 그렇게 퇴직한 1~2명이 기존 직원들까지 유혹해서 다른 회사로 옮겨버리면 회사 조직은 일순간에 무너진다. 또 비록 회사가 어렵지 않더라도 평소에 직원들은 주위 회사들을 두리번거린다."길 건너에 햄버거 매장이 새로 생기면 가게 주인은 매출감소를 우려하지만 직원들은 이직할 곳이 많아져 오히려 좋아한다"는 미국 사장들의 이야기는 이래서 나온 것이다.
셋째, 직원들이 집단퇴직을 하는 회사들을 보면 평소에도 직원들의 퇴직을 가볍게 여기는 풍토가 이미 조성된 기업인 경우가 많다. 직원이 사직 의사를 밝히면 퇴직의 이유도 물어보고, 우수 인력이면 처우개선을 약속하는 등 퇴직을 막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회사 경영자·간부의 리더쉽이 없고 무사안일에 빠져있는 회사는 직원이 나간다 해도 굳이 말리지 않는다. 직원들의 집단퇴직은 그런 조직문화에서 언제가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예견된 사태이다.
자, 그럼 직원들의 집단퇴직을 미리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경영진의 리더십을 확립하라","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라","사내 파벌을 만들지 못하게 하라" 등의 이야기는 짧은 기간 내에 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뜬구름 잡는"식의 대책들이다.
물론 이런 노력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선 당장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해야 한다.
첫째, 직원 입사 시 "부당유인행위 금지" 각서를 받아 집단퇴직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이다. 보통은 직원 입사 시 회사와 직원 간에 근로계약서만 작성하지만 인력이 유출될 경우 회사 경영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기술연구직이나 영업직원들에 대해서는 재직 중 또는 재직 이후라도, 동료직원을 유혹하여 퇴직하게 만드는"유인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고 만약 이를 위반하여 동료직원을 사직케 했을 경우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는 내용이 적힌 각서를 입사 시 미리 받음으로써 집단퇴직으로 인한 경영 타격을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사후적 대책으로는"업무방해죄"로 형사고소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다. 직원들이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퇴직해서 회사업무의 공백을 넘어 저해할 수준에 이르렀다면 퇴직 의도가 설사 회사의 업무 공백을 노리고 한 것이 아니더라도 법률적으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이런 형사적 조치가 이미 떠난 사람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없겠지만, 남은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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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