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직원들의 거액 횡령과 부정행위가 사회문제화한 가운데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대구은행 직원들의 비리 정도가 심각할 경우 연내 시중은행 전환 앞둔 대구은행의 인허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는 혐의를 인지하고 9일부터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 사건을 8일 인지하고 자체 감사를 진행하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일부 지점 직원 수십명은 평가 실적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00여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내점한 고객을 상대로 증권사 연계 계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뒤 해당 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고객 동의 없이 같은 증권사 계좌를 하나 더 만들었다.
고객에게 A증권사 위탁계좌 개설 신청서를 받고, 같은 신청서를 복사해 '계좌 종류'만 다르게 표기해 A증권사 해외선물계좌까지 개설하는 식이다. 대부분 고객은 'A증권사 보고 계좌가 개설됐다'는 문자를 2번 받고 별 의심 없이 지나갔지만, 최근 한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계좌가 개설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대구은행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직원들 비리가 드러났다.
대구은행은 문제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달 영업점들에 공문을 보내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고 안내하는 데 그쳤다.
금융계는 이번 사고가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기관은 고객 실명임을 확인한 후에만 금융거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고 신청서를 위조해 계좌를 개설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