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나 국제유가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올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 물가 상승세가 누적되면서 장기적인 물가 추세가 높은 수준인 점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계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7월 6.8%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날씨 등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농산물, 국제유가 변동에 취약한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것이라서 총지수보다 등락 폭이 적다. 이 때문에 물가 변동의 장기적 추세를 파악하는 근원물가지수로 활용된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외환·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통상 1∼2% 안팎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인 2021년 말부터 전년 동월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
지난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3.0%로 높아진 상승률은 올해 1월 5.0%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상승 폭은 줄었지만 속도는 더디다. 3월(4.8%)에는 2년여 만에 소비자물가 총지수(4.2%)를 추월했고, 양 지수 간 차이는 확대되는 추세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석유류 물가의 하락세에 힘입어 2%대에 머물고 있다.
근원물가의 고공 행진은 외식 물가가 주도하는 서비스 물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은 "물가 상승 기여도를 보면 외식 물가를 중심으로 개인 서비스 분야의 기여도가 높은 편"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